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농민 한 사람이 쭈그리고 앉아 일일이 풀을 솎아내고 있습니다.
현재 시각은 오후 2시 40분쯤.
기온은 벌써 35도 가까이 치솟았는데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틈틈이 물을 마셔도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입니다.
[김용덕/농업인 : "농사는 항상 해야 할 시기가 있기 때문에 (그때를) 지나치면 하루가 다르게 막 풀이 너무 자라고 수확량에 큰 차질이 있기 때문에 더워도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더위에 한낮의 야외 작업은 절대 피해야 하는데요.
특히, 날이 흐리거나 비가 내린다고 방심해선 안 됩니다.
기온과 습도가 높으면, 햇볕이 강하지 않아도 체온이 쉽게 오르고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자칫하면 온열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임공빈/경기도 파주시청 안전총괄과장 : "특히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체력이 약하신 데다가 또 혼자 일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온열 질환으로 의식을 잃는다든지 이런 사고가 있을 때 주위에서 긴급하게 도움을 드려야 되는데 그런 대처가 안 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온열질환은 주로 ‘열 탈진’이나 ‘열사병’으로 나타나는데요.
‘일사병’이라고도 불리는 열 탈진은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우리 몸에 수분과 염분이 제대로 보충되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반면,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는데도 땀은 멈추고 피부가 뜨거워진다면‘열사병’을 의심해 봐야 하는데요.
[윤영숙/인제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열 탈진은 땀이 많이 나고 좀 어지럽거나 아니면 속이 울렁거리면서 두통이 생길 수 있고요. 몸이 아주 피로하면서 축 처지고 근육에 쥐가 나는 느낌 같은 것이 날 수가 있습니다. 반면에 열사병은 체온이 한 40도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몸이 뜨겁고 건조한데요. 심해지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의식을 잃을 수 있어서 응급조치가 필요합니다."]
특히 노년층은 체온 조절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기온 변화에도 둔감해 폭염에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계속된 무더위로 체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야외 작업을 오랜 시간 이어가면, 탈수는 물론 심혈관과 호흡기에도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는데요.
이 같은 증상을 ‘잠깐 쉬면 괜찮겠지!’ 하며 가볍게 넘기다간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일, 경남 진주의 한 비닐하우스에선 80대 여성이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는데요.
7일엔 충남 부여에서 밭일하던 70대 여성이, 8일엔 충남 공주의 논에서 작업 중이던 90대 남성이 온열질환 증세로 잇따라 목숨을 잃었습니다.
[윤영숙/인제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나이가 들면서 땀샘 기능이 줄어들기 때문에 땀 분비가 적어지고, 혈관 확장으로 인한 체열 발산 속도가 느려지게 되는 문제도 있고요. 또 갈증을 느끼는 신호가 약해지기 때문에 물을 좀 덜 마시게 되고 쉽게 탈수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낮 시간대 바깥 활동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습니다.
부득이하게 야외에서 작업해야 한다면, 챙이 넓은 모자와 통풍이 잘되는 헐렁하고 가벼운 옷을 입어야 하는데요.
만약, 뜨거운 환경에서 일하다 근육에 경련이 생기거나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다면 즉시 그늘이나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몸을 식히는 게 우선입니다.
무엇보다 물을 자주, 충분히 마시는 게 중요한데요.
또한, 갑작스러운 이상 증상에 대비하려면 반드시 둘 이상이 함께 작업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