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심화되면서 시설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LIFE <재난안전119>에서는 국토안전관리원 오영석 수석전문위원이 출연해 급변하는 기후가 도로, 교량, 옹벽 등 우리 주변의 핵심 시설물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안전 확보 방안을 제시합니다. 특히 오산 옹벽 붕괴 사고 사례를 통해 보강토 옹벽의 취약점과 물 관리의 중요성을 짚어주며, 일반 시민들이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전조 증상과 신고 방법까지 알려주어 실질적인 안전 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또한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시설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기술적, 제도적 노력과 우리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1. 기후 변화와 시설물 안전의 연관성 및 시설물 정의
기후 변화가 시설물 안전에 미치는 영향
감사원 조사 결과, 사고가 많이 발생한 시설물들의 원인이 기후 변화와 관련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기후 변화는 시설물의 내구성을 저하시키고, 추가적인 외력으로 작용하여 멀쩡하던 시설물도 취약하게 만들어 사고로 이어진다. 현재 인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후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다양한 통계 분석을 통해 예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시설물 제작 시 고려했던 환경을 초과하는 기상 이변이 잦아지고 있다. 기후 변화가 시설물에 미치는 주요 요인은 기온과 강우, 한파와 폭염 등이다. 특히 강우는 여름철 비와 겨울철 눈(폭설)이 시설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설물의 공식적 정의 및 분류]
1994년 성수대교 붕괴를 계기로 제정된 시설물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다. 초기엔 건설 공사를 통해 만들어진 터널, 교량, 댐, 항만, 건축물 및 그 부대시설을 시설물로 정의하였다가 시대 변화와 사고 발생에 따라 시설물 범위가 확대되었다. 2011년 및 2018년에 옹벽, 비탈면, 공동구, 하천 시설 등이 추가되어 1종, 2종, 3종 시설로 분류 및 관리되고 있다.
2. 기후 변화에 취약한 시설물과 오산 옹벽 붕괴 사고
[기후 변화에 취약한 시설물]
시설물 건강 등급: 사람의 건강 등급처럼 A(우수), B(양호), C(보통), D(미흡), E(불량)의 5단계로 등급이 매겨진다.
취약 시설물: 주로 D, E 등급의 시설물들이 취약하다.
주요 취약 시설물: 감사원 조사 결과, 기후 변화와 관련하여 사고가 많이 발생한 시설물은 교량, 하천, 옹벽, 비탈면 등이다. 이러한 시설물들은 기후 변화에 매우 취약하므로, 설계 및 시공 과정과 사용 기간(공용 중) 동안의 중점 관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경기도 오산 고가도로 옹벽 붕괴 사고 (2025년 7월)]
사고 개요: 집중 호우로 인해 경기도 오산시의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져 차량을 덮쳤고,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전 민원 접수: 사고 발생 36시간 전, 안전 신문고를 통해 빗물 침투 시 붕괴 우려 민원이 오산시에 접수되었다.
사고 전조 증상: 옹벽 위 도로에 이미 지름 40cm 가량의 땅꺼짐(포트홀)이 발생한 상태였다.
관리 소홀 논란: 민원 접수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관리 소홀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수사 및 조사: 경찰은 중대 시민재해 해당 여부를 조사하고, 국토부는 원인 조사, 경기도는 유사 도로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6일 만에 경찰은 관리 주체인 오산시청, 시공사인 현대건설, 감리업체인 국토안전관리원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사고 옹벽뿐만 아니라 맞은편 옹벽도 조사 중인데, 이 옹벽은 7년 전(2018년)에도 붕괴 사고가 있었으며, 두 옹벽 모두 보강토 공법으로 시공되었다. 7년 전 사고 이후 정밀안전진단 보고서에서는 유실되지 않은 나머지 구간까지 전체 철거 후 새 공법으로 재시공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에 무너진 옹벽 역시 2023년 이후 5번의 점검에서 누수 등 문제가 지적되었으나, 재시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3. 오산 옹벽 붕괴 사고 조사 현황 및 보강토 옹벽의 특성
[오산 옹벽 붕괴 사고 조사 현황]
조사 진행 중: 사고조사 위원회가 꾸려져 조사가 진행 중이며, 인명 피해로 인해 사법 당국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결과 예상 시점: 약 2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9월 말경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위원회 구성: 보강토 옹벽 관련 토질 기술자, 설계 및 시공 기술자 등 전문가 약 12명으로 구성되어 운영 중이다.
[보강토 옹벽의 이해]
옹벽의 정의: 흙을 쌓거나 깎았을 때 발생하는 토압을 견디기 위해 건설되는 구조물이다.
[옹벽의 종류]
사용 목적: 도로 옹벽, 철도 옹벽, 주택가 옹벽 등.
재료 특성: 콘크리트 옹벽, 보강토 옹벽, 석축, 돌망태(개비온 옹벽) 등.
형상: I형, L형, 역T형 옹벽 등.
보강토 옹벽의 특징: 흙은 인장력이 없으므로, 인장제 역할을 하는 보강재를 층별로 삽입하여 쌓아 올리는 옹벽이다. 도로나 부지로 사용되는 전체 제체(옹벽 본체)가 보강토 옹벽으로서 활동한다. 시공 및 유지 관리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으며, 이번 사고 조사에서도 이 부분이 집중적으로 규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콘크리트 옹벽과 보강토 옹벽의 차이점]
콘크리트 옹벽: 콘크리트 소재로 벽체를 만든다.
보강토 옹벽: 보강체는 전면 벽체뿐만 아니라 뒤채움 흙(뒤채움재), 바닥면, 그리고 삽입된 보강재로 구성된다. 흙을 20~30cm 높이로 쌓아 올리면서 보강재를 삽입하여 축조하는 형태이다. 전면 벽체부, 보강재, 뒤채움 흙이 유기적으로 잘 구성되고 다짐이 잘 이루어져야 안전하게 거동할 수 있다.
취약성 논란: 일부에서는 보강토 옹벽이 콘크리트 옹벽보다 취약하다는 의견이 있으나, 보강토 옹벽은 콘크리트 옹벽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에 사용되기도 한다. 보강토 공법은 3천 년이 넘는 유래를 가지고 있으며, 흙의 강도를 높이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되어 왔다. 보강토 옹벽의 안전성은 단계별 시공 시 안전성 확보 여부와 유지 관리의 취약점 해소 여부에 따라 달라지므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보강토 옹벽은 시공성이 용이하고 경제적으로 우수하여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구조물이다. 이번 사고만으로 콘크리트 옹벽과 보강토 옹벽의 안전성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4. 옹벽 붕괴 원인, 전조 증상 및 예방 대책
물에 대한 영향: 옹벽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물에 대한 영향이다.
[보강토 옹벽의 취약점]
삼박자 구성: 전면 벽체, 뒤채움 흙, 보강재의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뒤채움 흙의 입경: 입경이나 입도가 불규칙한 흙 또는 아주 세립분의 흙이 섞여 들어가면 침투로 인해 유실되거나 빠져나올 수 있다.
오산 사고 사례: 오산 사고 현장 영상에서 전면 벽체부에 흙이 배어 나오는 자국이 보였는데, 이는 뒤채움 흙의 규격 문제와 관련될 수 있다.
배수 시스템 문제: 지표수 유입 경로 확인 및 배수 형태 파악이 중요하다. 오산 사고의 경우, 포트홀로 인한 강우의 집중적 유입이 전반적인 안전성 저해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복합적 원인: 옹벽 문제는 배수 시스템, 뒤채움 흙, 시공 불량 등의 문제와 지질학적 영향, 기상 기후 영향, 부실 시공 등이 맞물려 발생한다.
강우의 영향: 기상 이변으로 인한 집중 강우가 발생하면 취약한 부분들이 더욱 부각되어 사고로 이어진다.
[오산 옹벽 사고의 추가 분석 및 예방 아쉬움]
도로 통제 미흡: 고가도로 옹벽 부분에 문제가 발생하여 고가도로는 통제되었으나, 하부 차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물 이해 부족: 일반인들의 구조물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적절한 통제가 어려웠을 수 있다.
포트홀의 위험성: 고가도로 옹벽 바닥 부분에 포트홀이 생기면 집중 호우 시 지표수가 유입되는 경로가 된다.
보강토 옹벽 내부 물 고임: 보강토 옹벽 내부에 물이 차면 물마개처럼 작용하여 배수가 원활하지 못하고, 배수 용량을 초과할 경우 벽체를 밀어내 붕괴로 이어진다.
예방 조치 미흡: 통제는 좋았으나, 유입 경로에 방수포 등을 덮어 물 유입을 막는 전문적이고 구조적인 예방 조치가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옹벽 붕괴의 전조 증상 및 시민의 역할]
지표면 변화: 옹벽 상부 지표면에서 물이 많이 흘러 지하로 들어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블록/패널의 어긋남: 보강토 옹벽의 블록이나 패널 줄이 어그러지거나, 이격이 생겨 벌어져 있는 경우.
물 스며 나옴: 벽체에서 물이 스며져 나오는 국부적인 부위가 있는 경우. 이는 배수 시스템 문제일 수 있다.
균열: 심각해지면 균열로 이어진다.
배부름 현상: 벽체부가 불룩하게 배가 나오는 현상.
전도: 옹벽이 넘어가는 현상.
중간 부분 터짐: 옹벽 중간 부분이 터져 나오는 현상.
시민의 역할: 이러한 전조 증상이 보이면 관계 부처(구청 등)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전문가 판단: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허용 범위를 벗어났을 경우 진단 및 보수보강 조치를 결정한다.
오산 사고의 교훈: 오산 사고의 경우 제보가 있었음에도 조치가 미흡하여 인명 피해가 발생한 점이 안타깝다.
[옹벽 안전을 위한 유의 사항]
시공 단계의 중요성: 보강토 옹벽 사고의 약 67%는 초기 결함이 사용 중에 나타나 발생한다.
단계별 안전 조치: 시공이 단계별로 이루어지므로, 패널, 뒤채움 흙, 배수 시스템 등이 적절하게 구성되어야 안전하다.
뒤채움 흙의 규격: 뒤채움 흙은 엄격한 규격을 가진 흙을 사용해야 한다. 미세한 흙 입자가 있을 경우, 지하수나 지표수 유입 시 쓸려 나가 공극을 만들 수 있다. 흙의 구성 비율은 지반의 연약함과 단단함에 영향을 미치므로, 보강토 옹벽은 특히 유심히 살펴야 할 시설물이다.
5. 교량의 기후 변화 취약성 및 안전 확보 방안
[교량의 기후 변화 취약성]
하천 범람: 하천을 건너는 다리 특성상, 기후 변화로 인한 하천 범람 시 유량이 많아진다.
외력 증가: 홍수위가 높아지고 부유물들이 떠내려오면서 교량에 필요 이상의 외력이 작용하여 교량을 넘어뜨리거나 어긋나게 할 수 있다.
유속 증가 및 세굴: 물이 많아지면 유속이 빨라지고, 교각 바닥 부위 땅이 파여나가는 세굴 현상이 발생한다.
붕괴: 세굴로 인해 교량이 균형을 잃고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세굴 : 하천의 빠른 유속으로 교각부 주변 토사가 흘러 유실되거나 깎여나가 구조물의 기초가 드러나는 등의 손상
[대전 유등교 침하 사고 사례 (2024년7월10일)]
사고 개요: 2024년 대전 유등교에서 침하 사고가 발생했으며, 당시 안전진단에서 B등급(양호)을 받았음에도 붕괴되었다. 또 2025년 7월에는 세종시 광암교와 울산시 삼호교 등의 사고가 있었음.
시설물 분류 및 의무: 유등교는 2종 시설물로 분류되어 있으며, 등급별로 점검 수준과 시기가 다르다.
2종 시설물 점검: 6개월마다 전기 안전 점검, 2년마다 정밀 안전 점검을 실시한다.
세굴 조사 의무 부재: 2종 시설물의 점검 수준에서는 하천 범람 및 세굴 조사가 의무 사항이 아니다.
전문가 판단의 어려움: 정밀 안전 점검에서 세굴 조사가 선택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표면적인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찾아내기 어렵다.
[교량 안전 확보 방안]
기준 강화 및 기술 인력 역량 강화: 기준 강화 노력과 기술 반영도 중요하지만, 이를 보고 판단하는 기술 인력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기술 인력 역량 강화는 쉽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세부 지침 개정: 시설물 안전 및 유지 관리를 위한 세부 지침서를 개정해야 한다. 정밀 안전 점검에서 의무화되지 않았던 세굴 조사를 의무화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 용역은 연내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고위험 교량 선별 및 조사: 고위험 교량을 우선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고위험 교량은 D등급이면서 30년 이상 노후화된 시설물을 의미한다. 657개의 고위험 시설물을 선정하여 연내에 세굴 파악 및 조사를 완료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세부 지침 개정 시 반영될 예정이다.
기후 변화 시대의 대응: 현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후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므로, 다양한 통계 분석을 통해 예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시설물은 동일한 공법이나 시기에 만들어진 경우 그룹화하여 분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통합 관리 시스템을 통해 모든 시설물 정보가 수집되며, 이를 바탕으로 시설물 카테고리를 정하여 세굴 발생 여부를 판단한다.
유사 시설물 전수 조사: 2023년 정자교 붕괴 사고 시, 유사한 공법으로 만들어진 분당 탄천 지역의 교량들을 전수 조사하여 안전을 도모한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