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늘어난 '노후화 건축물 해체 공사' 붕괴사고 반복 막으려면?

2025.11.24 (10:15)

KBS LIFE <재난안전119> (25.11.13.) [안전톡톡] 코너에서는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인 호남대 문현철 교수가 출연해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의 경위와 근본적인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후화된 산업 시설과 발전소의 해체 공사가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이번 철제 복합 엔지니어링 구조물 붕괴 사고를 통해 안전 관리에 대한 중대한 교훈을 얻어야 할 시점임을 강조합니다. 또한 비용 절감 중심의 무리한 작업 방식과 구조물 해체에 대한 법적·제도적 관리 시스템의 미흡함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1.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의 특징과 진단 관점

 

이번 울산 화력발전소 붕괴 사고는 일반적인 건축물 붕괴와 달리 산업 시설의 철제 복합 엔지니어링 구조물이 붕괴된 것이 특징이다. 이는 각종 국가 산단이나 발전소 등 우리나라 산업 시설들이 점차 노후화되면서 앞으로 이러한 철거 작업이 많아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고 원인 분석의 세 가지 관점]

 

 

한국재난관리학회 문현철 교수

 

1. 원 구조물을 처음 만들 때 사용했던 설계도를 잘 분석했는지가 중요하다.

2. 설계도 분석을 토대로 하중 분포나 균형을 찾아내어 안전한 철거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공 방법을 결정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3. 철거 시공 계획이 잘 짜였더라도 안전하게 시공하는 감리자가 적절히 선정되어 감리가 잘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안전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졌고 작업자들에게 충분한 교육이 제공되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사고는 이 세 가지 관점 모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2. 상식 밖 취약화 작업과 비용 절감 중심의 시공

 

2.1. 비용 절감을 위한 무리한 방식 채택

 

철거 공학에 대한 상식이 없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높이 63m(아파트 20층 높이)에 달하는 이 철제 구조물은 언제든지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마땅히 위에서부터 철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울산 사고 현장에서는 구조물을 무너뜨리기 위해 미리 사전에 준비하는 이른바 취약화 작업이 밑에서부터 이루어졌다는 점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러한 방식은 안전보다는 비용 절감을 우선시한 시공이었다고 평가된다. 이처럼 상식에서 벗어난 취약화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하중의 균형을 건드리게 되었고, 그 하중이 견디는 범위를 넘어서면서 구조물이 쓰러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무리한 비용 절감 시공에 대한 영세 하청 업체의 강박 관념이 초래한 참사로 진단된다.

 

2.2. 역사적 참사와의 비교

 

이번 사고는 1995년 6월 29일에 1,445명의 사상자(사망 502명, 부상 937명)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30주년이 되는 해에 발생한 대형 사고이다. 또한, 1994년 10월 27일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같이 대형 인재 참사의 기억을 상기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2021년 6월 9일 광주 학동 아파트 철거 현장 붕괴 사고에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해당 참사 현장 길 건너편 30m에 조선대학교 병원 응급실이 있었다는 점은 더욱 안타까움을 더한다.

 

 

3. 노후화 및 공기 지연으로 인한 안전 문제 가중

 

3.1. 44년 노후 건물의 부식 위험성

 

사고가 난 구조물은 44년이나 된 노후화된 건물이며, 사고 발생 4년 전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더욱이 울산의 해당 구조물은 4년 넘게 외부에 다 노출되어 있어 많은 곳이 부식되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다른 공사장의 발파 시공 구조물들은 외벽이 쌓여 있어 부식이 덜 되지만, 울산 구조물은 부식 정도가 훨씬 심해 철거 당시까지도 강하게 지탱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3.2. 공기 지연과 무리한 공사 추진

 

당초 해체 계획서상 7월에 보일러동 발파 해체 작업이 이루어졌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계획보다 4개월이나 늦어진 시점에 작업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7월은 태풍 시즌이자 장마철이므로, 계획 자체부터 시공 시기가 잘못 결정되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공기 완료를 맞추지 못하면 날짜별로 지체 상황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공사 기한에 쫓겨 작업을 무리하게 추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심지어 첫 번째 사망자는 근무 며칠 만에 현장에 투입되어 참변을 당했는데, 이는 위험한 작업에 투입되기 전 작업 전 교육이나 필요한 것들이 철저히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4. 해체 공법 결정 과정에서의 정밀 분석 부재

 

4.1. 일괄적인 폭파 시공 방법의 적용 의혹

 

해체 작업 전 안전성 검토나 정밀 분석 없이 일괄적인 폭파 시공 방법을 적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폭파 시공 방법은 순식간에 구조물을 무너뜨려 공기가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원칙과 지켜야 할 매뉴얼이 분명히 존재한다. 해체 시공 계획을 수립할 때, 철거 대상 구조물의 원 설계도를 정밀 분석하여 시공 시기와 방법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것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4.2. 안전하게 구조물을 눕히는 작업의 중요성

 

이상적인 철거 시공 계획은 2단계로 세워져야 한다는 평가이다. 

 

1. 어떤 방식으로든 안전하게 63m 높이의 구조물을 지상으로 안전하게 눕히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2. 그 후 조각조각 해체 작업을 진행했다면,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안전 중심의 계획을 무시하고 발파 작업을 바로 진행한 것은 비용 중심으로 판단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5. 안전 관리 시스템의 미흡 및 법적 시스템의 보완 필요성

 

5.1. 철제 구조물 철거 관리의 법적 사각지대

 

현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철제 복합 구조물은 일반 건축물 해체 공사와 달리 기초 지자체에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주체 측이 없는 축제에 대해 지자체가 단속 관리 감독할 권한이 없다는 이태원 참사 당시의 논리와 비슷한 맥락으로, 철제 구조물 해체에 참여하는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법적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철제 구조물의 경우도 일반 건축물에 준하여 법을 준용하고 안전 관리에 대한 신고를 접수받도록 법적 시스템을 신속히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5.2. 기업 자체 재난 관리 시스템(BCMS) 미작동 의혹

 

HJ 중공업과 같이 오래된 글로벌 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BCMS(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System), 즉 사업연속성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러한 안전 관리가 자발적으로, 자체적으로 제대로 이루어져 있었다면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BCMS 시스템의 작동 여부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5.3. 관할 지자체와 관리 공단의 책임 범위

 

기초 지자체는 지역 관리 계획 내에 산업 단지의 철거 및 안전 관리 문제를 포함하고 관리해야 했으며,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같은 공기업 역시 산업 단지를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기업 자체, 시군, 그리고 관리 감독 기구에 이르기까지 촘촘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러한 참사가 발생한다는 것은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6. 철거/해체 작업의 위험성과 건설 문화의 전환

 

시설물 철거 해체 작업은 건설 작업보다 더 위험하며, 사망률 또한 두 배나 높다고 알려져 있다. 철거 작업 중 발생하는 사고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계획대로 되지 않은 붕괴이며, 이는 시공 방법 선정의 잘못에서 비롯된다. 다른 하나는 작업자 사고이며, 이는 건수와 비례하여 사상자가 증가하고 있다. 작업자 사고는 구조 진단 및 시공 방법의 문제뿐만 아니라, 작업자들의 안전 교육 수용 정도, 집중도, 건강 상태, 인지 능력 등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6.1. 철거 시공을 본시공의 시작으로 인식 전환

 

현재 30년 넘은 노후 건축물이 40%가 넘는 현실에서 앞으로 철거 시공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과거처럼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 건설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고, 대부분 노후 건축물을 철거한 뒤에 건설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건설 문화를 바꿔야 하며, 철거 시공을 더 이상 허드렛일이나 영세 업체에 맡기는 일이 아닌, 본시공의 중요한 부분이자 본시공의 시작이라는 관점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우연에 맡겨 시공하는 문화를 뿌리 뽑고, 철거 과정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6.2. 미래 철거 안전을 위한 세 가지 준수 사항

 

앞으로 예상되는 많은 철거 공사, 특히 울산 산단뿐만 아니라 50년이 넘어가는 여수 산단이나 해안 발전소 등의 화학/철강 산단 철거에 대비해 지켜야 할 세 가지가 있다.

 

1. 원 설계도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2. 분석을 토대로 무게 중심과 안전 중심의 철거 시공 계획을 잘 짜고, 안전한 시공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3. 감리를 철저히 하고 안전 관리와 더불어 투입되는 작업자들의 안전 교육 및 안전 설비 구축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7. 근로자를 위한 안전 수칙과 대응 방안

 

시설물 철거 및 해체 작업 현장에 있는 근로자가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유념해야 할 네 가지 요소가 있으며, 이 요소들을 통해 작업 중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1. 안전 교육이 나의 생명을 담보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2. 안전 장비가 내 생명을 지켜준다는 것을 명심하고 철저히 착용해야 한다.

3. 철거 작업을 포함한 모든 작업 시 집중해야 한다.

4. 위급 상황 발생 시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