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번식 쉬운 환경…“냉장고 맹신하면 낭패”

2022.07.11 (14:25)

조금만 움직여도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장마철.

 

30도 안팎까지 오르는 기온에 잦은 비로 높아진 습도가 원인입니다.

 

이렇게 덥고 축축한 공기는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데요.

 

실제로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식중독 지수를 보면 전국 대부분이 '경고' 단계를 넘어 ‘위험’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위험’ 단계는 음식물이 3~4시간 안에 부패할 수 있어 식중독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인데요.

 

실제로 지난 6일 제주의 한 김밥 집에선 손님 20 여 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호소했고  지난 5월 경남 김해 시의 한 냉면 전문점에서는 음식을 먹은 손님 34명이 집단 식중독에 걸려 이 가운데 한 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조용선/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 "세균마다 차이는 있지만(식중독균의) 최적 생장 온도는 25도에서 40도 사이의 환경입니다. 따라서 여름철에 세균 증식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음식을 실온에 방치하면 안 됩니다. 특히 장마철에는 높은 온도와 습도로 식중독균이 더 빨리 증식하고, 하수나 하천이 범람하면서 밭에서 경작된 채소류 등이 오염될 가능성도 높아서 (주의해야 합니다.)"]

 

식중독은 오염된 음식물이나 물을 섭취한 뒤 소화기가 감염돼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엔 짧은 시간이라도 식중독균에 오염될 수 있습니다.

 

[이정화/서울시 은평구 :  "음식 남은 거, 하루 지난 건 될 수 있으면 안 먹는 편이고, 더군다나 요즘처럼 습하고 이럴 때는 음식을 남기지 않는 편이에요."]

 

[권성랑/서울시 영등포구 :  "냉장고에서 나도 모르게 하루 정도 지나면 먹었을 때 배가 살짝 아프든지 아니면 설사가 바로 난다든지 (했어요.)"]

 

여름 장마철 기온인 섭씨 34도, 습도 80%의 조건에서 식중독균의 변화를 살펴본 실험 영상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던 포도상구균 등 3종류의 식중독균이 하얀 꽃이 핀 것처럼 덩어리로 뭉쳐있습니다.

 

불과 4시간 만에 식중독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한 건데요.

 

그렇다면, 냉장고 안의 음식은 안전할까?

 

수박을 잘게 썬 뒤 비닐 랩을 씌워 냉장고에 보관해봤습니다.

 

이틀 뒤 수박을 꺼내 세균을 조사해봤더니, 맑게 보였던 배양액이 증식한 세균으로 뿌옇게 변했는데요.

 

수박을 자르는 과정에서 각종 세균이 묻은 겁니다.

 

[조용선/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  "여름철 음식으로 가득 찬 냉장고는 냉장 기능이 떨어져 세균 번식이 가능하고,냉장이나 냉동 상태에서도 언제든지 다시 세균이 자랄 수 있습니다. 특히 리스테리아 식중독균은 섭씨 4도씨에서도 증식이 이루어지는 만큼 (식품을)냉장고에 넣었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또한 곰팡이가 핀 식품은 다른 식품까지 오염시킬 수 있는 만큼 냉장고를 맹신해 오래 보관하거나, 잘못 보관하면 오히려 식중독을 키우는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생고기나 생선의 경우, 냉장고에 보관했더라도 이틀을 넘기면 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채소류도 되도록 1주일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은데요.

 

또 냉장은 5도 이하, 냉동은 영하 18도 이하로 적정 온도가 잘 유지되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조심했더라도 음식을 먹고 복통, 설사, 오한,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식중독을 의심해 봐야 하는데요.

 

[오범조/서울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부교수 :  "설사와 함께 고열이 동반된다거나, 식중독균이 전신 감염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거나, 보통 2~3일이면 좋아져야 하는데 설사가 계속되면서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첫 번째가 설사하니까 지사제를 먹는 겁니다. 지사제는 임의로 장의 운동을 느리게 만드는 약인데, 독소가 배출되지 못하고 몸에 갇혀 있겠죠. 결국 회복을 더 느리게 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식중독은 작은 관심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포장을 뜯은 음식이나 조리한 음식은 최대한 빨리 먹고, 남은 음식은 즉시 냉장 보관해야 합니다.

 

음식 재료 역시 남았을 땐 밀봉해 냉장고에 넣어야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