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줄 모르는 ‘저온화상’

2022.11.29 (10:24)

유난히 빨리 찾아온 가을 추위로 벌써 난방용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서명수/서울시 영등포구 : "온수 매트도 쓰지만, 밖에 나올 때는추우니까 핫팩 같은 거 써요. 아침에 운동하러 나올 때 사용하죠."]

 

[김미순/서울시 영등포구 : "전기장판 살짝 틀고 자고 있어요.보일러 틀기엔 아직은 조금 이른 것 같고 온도가..."]

 

기장판이나 핫팩은 사용하기 편하고 금방 따뜻해지지만, 자칫 화상을 입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한데요.

 

[허준/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교수 : "일반적으로 100℃ 정도면 당연히 데일 거라고 예상하고, 50℃ 전후에서는 데지 않을 거로 생각하지만 장시간 노출되면 심각한 화상을 초래할 수 있고, 그게 저온화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저온화상의 경우는 수면하고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서 장시간 노출돼 피부 깊은 곳까지 손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소비자원의 자료를 보면 난방용품으로 인한 피해 사례 대부분은 ‘화상’이었는데요.

 

피부에 물집이 생기는 2도 화상이나, 피부 표피와 진피층이 모두 손상돼 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3도 화상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처럼 저온화상은 오랜 시간 열에 노출되다 보니 일반 화상보다 상처가 깊은게 특징인데요.

 

[박연순/화상전문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저온화상이 굉장히 심하면 일반적으로 끓는 물에 잠깐 데는 화상보다 훨씬 더 피부에 손상이 깊을수가 있어서요. 그냥 일반적인 치료로 되지 않아서 죽은 조직을 들어내는 수술을 하기도 하고, 더 심하면 피부를 이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핫팩의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확인해 봤는데요.

 

핫팩을 흔들고 30분 뒤 표면 온도를 재보니 45도를 넘어섰습니다.

 

이 상태로 주머니에 넣고 1시간 뒤 다시 온도를 재 봤는데요.

 

73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안전기준인 70도보다도 높았는데요.

 

이번엔 전기장판 위에 사람의 피부조직과 비슷한 돼지고기를 올려둔 다음 변화를 살펴본 실험 영상입니다.

 

온도는 비교적 낮은 2단계로 맞췄는데요.

 

성인의 평균 수면시간인 6시간이 지난 뒤 다시 확인해 봤습니다.

 

돼지고기의 겉이 하얗게 변했는데요. 

 

속까지 살짝 익은 상태입니다.

 

이만큼 화상의 위험이 큰 건데요.

 

하지만 저온화상의 경우 초기에 통증이 적고, 증상이 가벼워 보여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실제로 병원에 왔을 때는 이미 상처가 심하게 진행된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박연순/화상전문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 "(저온화상의 경우) 초기에는 별거 아닌 상처로 보여서 집에 있는 연고를 바르거나 해서 스스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저온화상의 경우에는 며칠,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려도 상처가 낫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환자가 이상하다고 느끼게되고, 그제야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깊은 화상은 물집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꼭 알고 있어야 할 것 같고, 만약에 내가 조금이라도화상을 입은 것 같다 의심이 된다면 먼저 병원에 가서 상담해 보는 게 좋습니다."]

 

저온화상을 예방하려면, 난방용품의 열기가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핫팩은 피부에 직접 붙이지 말고, 장시간 사용 역시 피해야 하는데요.

 

전기장판을 사용할 때는 이불을 깔고, 긴 소매의 잠옷을 입는 게 안전합니다.

 

또 전기장판의 온도는 40도 아래로 맞추고, 자기 전엔 타이머 기능을 활용해 자동으로 꺼지도록 설정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저온화상을 입었다면 우선 흐르는 물로 상처를 충분히 식혀주는 게 좋은데요.

 

이때 얼음찜질은 오히려 상처를 깊게 만들 수 있어 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