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2.6배↑ “치명적 터널사고”

2023.11.08 (11:05)

승합차 한 대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졌습니다.

 

이 차를 들이받은 고속버스의 앞 유리창도 산산조각이 났는데요.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고속버스가 앞서가던 승합차를 들이받은 겁니다.

 

이 사고로 단풍놀이를 가던 60대 승객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는데요.

 

이처럼 가을에는 단풍놀이나 지역축제 등 나들이객이 늘면서 교통사고 위험성 역시 높아집니다.

 

특히, 좁고 어두운 터널 안에서 사고가 나면 치명적인 2차 사고나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데요.

 

[지수구/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 : "터널 내부는 교통사고 발생 시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돼 있고요. 일반 도로와 달리 운전자의 시야가 제한돼서 터널 내 전반적인 교통 상황에 대한 파악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정체나 선행사고 및 고장 차량이 있으면 미처 앞 차량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제때 속도를 줄이지 못해 추돌 사고나 2차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

 

최근 3년 동안 터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2천 3백여 건. 

 

89명이 숨졌습니다.

 

치사율이 3.7%에 달하는데요. 

 

같은 기간 일반 교통사고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칩니다.

 

터널에서 사고 위험이 커지는 이유는 다양한데요.

 

밝은 곳을 달리다 터널에 들어서자, 운전자의 동공이 커집니다. 

 

순간적으로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는 건데요.

 

눈이 어둠에 적응하는 약 2~3초 동안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겁니다.

 

[김정룡/한양대 에리카 인체공학센터장 : "우리 동공이 어두운 곳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동공의 크기를 키워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요. 그 순간에는 우리가 자동차의 속도나 거리를 정확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뇌파 변화는 더 뚜렷했는데요. 

 

일반 도로에선 안정적이던 뇌파가 터널에 들어서자 요동칩니다. 

 

긴장하거나 흥분할 때 보이는 반응인데요.

 

[김정룡/한양대 에리카 인체공학센터장 : "갑자기 어두워져 당황하거나 긴장하게 되면 피곤하게 되고, 그 피곤함이 집중력을 떨어뜨려서 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터널에 들어갈 때는 본인 스스로 조금 경각심을 갖고 주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터널에 들어가기 전엔 속도를 줄이고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해 사고를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고 위험성을 높이는 차선 변경이나 추월도 하지 말아야 하는데요.

 

만약 사고가 났다면, 차는 갓길이나 비상주차대에 주차하고 신고한 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피난유도등에 쓰인 숫자를 따라 터널 밖으로 나가거나 가까운 피난연결통로 등을 이용하면 되는데요.

 

현재 길이가 500미터 이상 되는 터널에는 250미터 간격으로 보행자 피난 통로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설치된 차단문을 밀고 나가면 반대편 터널로 나오게 되고 차단문은 1분 뒤 자동으로 닫혀 연기가 유입되는 걸 막을 수 있는데요.

 

[지수구/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 : "차 열쇠나 스마트키는 차 안에 꼭 두고 대피해야 하는데요. 정차한 차량 때문에 긴급 구조 차량이나 소방차 등의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차량을 신속히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사고로 차에 불이 났다면, 당황하지 말고 터널 안에 비치된 소화기나 소화전을 이용해 불을 끄면 됩니다.

 

하지만 진화가 어려운 큰불이라면 연기를 등지고 최대한 빨리 대피하는 게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