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턱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진화대원들이 불길을 잡느라 분주합니다.
항구 주변 쓰레기 더미에서 시작된 불이 바람을 타고 야산으로 빠르게 번진 건데요.
그 밖에도 강원도와 경북, 경남 등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봄엔 건조한 날씨 때문에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요.
특히, 최근 강원 동해안 지역엔 건조 경보에 강풍 특보까지 더해지면서 산불 위험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정지철/산림청 산불방지과 산불예방계장 : "봄에는 날씨가 따뜻해지는 반면에 비는 자주 오지 않아서 산림이 건조한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동해안 지역에는 이번 겨울철에 비가 많이 안 왔습니다. 3개월 동안 강수량을 집계해 봤을 때 평년의 40% 정도밖에 비가 오지 않았고요. 이렇다 보니까 산불 발생 위험이 많이 커진 상황입니다."]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봄철, 불씨를 키우는 또 다른 원인은 강한 바람인데요.
바람에 따라 불이 얼마나 금세 타오르는지 알아본 실험 영상입니다.
바람이 없을 때 낙엽이 모두 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7분 15초.
하지만, 초속 3미터의 바람이 불자 1분 15초 만에 모두 탔는데요.
초속 6미터의 강한 바람에선 불길이 번지는 속도가 26배나 더 빨랐습니다.
[권춘근/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임업연구사 : "봄철은 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가 건조해지고 지역에 따라 강풍이 부는 곳이 많아 멀리까지 불씨가 날아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화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환경으로 변할 수가 있거든요. 초동 진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형 산불로의 확산 위험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건조한 날씨와 바람이 불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면 화재의 시작은 대부분 사람들의 ‘부주의’ 때문인데요.
실제로, 최근 10년간 산불이 난 원인을 살펴보면 산을 찾은 사람들의 부주의로 불이 난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논밭이나 쓰레기를 태우다 산불로 옮겨붙은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요.
특히 한 해 농사를 앞두고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논·밭두렁, 영농 쓰레기 소각은 봄철 산불의 주요 원인이 될 만큼 위험합니다.
아직도 농촌 지역에서는 겨울을 지낸 해충을 죽이고 말라버린 잡초 등을 없애겠단 이유로 농경지 주변을 태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인데요.
[임태빈/경기도 양주시 : "처음에는 (영농 부산물을) 작두로 썰어서 퇴비도 만들고, 태우기도 했어요. 많이 태웠어요. 근데 사실 태우면서 걱정이 많이 된 게 뭐냐면, 불날까 봐 걱정이 많이 됐죠."]
하지만 최근엔 많은 양의 부산물을 직접 처리하지 않아도 손쉽게 파쇄해 자원화 할 수 있습니다.
작물의 줄기나 뿌리, 과일나무의 가지 등을 소각하지 않고 파쇄하면 화재의 위험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퇴비로도 활용할 수 있는데요.
[정연아/경기도 양주시 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장 : "일부 농민들은 아직도 봄철에 논·밭두렁을 태우면 농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논밭을 태우면 (농사에) 이로운 곤충이 더 많이 감소하기 때문에 득보단 실이 더 많습니다. 절대 소각하지 마시고, 읍면 행정복지센터나 농업기술센터에 파쇄 신청을 하시면 더욱더 안전하게 저희가 파쇄해 드리고 있으니까요. 꼭 파쇄 신청하셔서 불편함이 없길 바랍니다."]
오랜 관행이나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 피운 불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자신의 안전이나 산림보호를 위해서도 농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