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전북 순창의 한 농로에서 작업 중이던 70대 남성이 농기계에 깔려 크게 다쳤습니다.
하루 전, 경북 의성의 한 도로에서도 트랙터와 트럭, SUV가 잇따라 부딪히는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아 농기계 운행이 부쩍 늘면서, 농촌 도로 곳곳에선 이처럼 위험천만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농로는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고 노면도 고르지 않아 조금만 중심을 잃어도 전도나 추락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여기에 농가의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한순간의 방심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농기계 사고 10건 가운데 3건은 혼자 넘어지거나 길 밖으로 떨어지는‘단독 사고’였는데요.
지난 5년간 이렇게 사고를 당해 숨진 사람만 222명.
전체 농기계 사고 사망자의 88.8%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이정민/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사 : "농기계 사고는 주로 인적이 드문 논이나 밭에서 발생합니다. 특히 농로나 논밭 출입로는 경사가 급하고 폭이 좁은 데다 노면까지 불안정합니다. 이런 곳에서 사고가 나면 즉시 발견되지 않아 구조 요청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농기계는 구조적으로 무게 중심이 높은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경사지에서 작은 조작 실수나 지면의 변화만으로도 전도나 전복 사고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농기계는 일반 도로를 이용할 때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요.
농기계 운전자 대부분이 고령층이다 보니 시력이나 청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농기계는 일반 차량보다 속도가 느려 뒤따르던 차량이 추돌할 위험도 큰데요.
[지상구/한국도로교통공단 경기지부 안전교육부 교수 : "농기계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뒤따르는 차량이 얼마나 빨리 (농기계를) 발견하느냐가 사고 예방의 핵심입니다. 반사판이나 등화 장치는 야간이나 흐린 날씨에도 멀리서 농기계의 존재를 알려주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입니다. (일반 차량 운전자는) 농촌 도로에서는 앞차가 농기계일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속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겨우내 보관했던 농기계를 본격적으로 사용할 때도 철저한 사전 점검은 필수입니다.
우선 타이어 고무가 삭아 갈라진 틈은 없는지 확인하고, 논밭의 험한 길을 견딜 만큼 공기압이 충분한지도 꼼꼼히 살펴야 하는데요.
[조선호/화성시 농업기술센터 주무관 : "장기간 (보관한) 농기계의 경우 방치 상태가 심하므로 클러치, 볼트 및 너트의 풀림 상태 점검이 꼭 필요하고 엔진 및 미션오일 등 유류 보충 및 교체가 꼭 필요하고 특히 타이어 공기압 및 제동 장치를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사고를 예방하려면 고령 운전자일수록 농기계를 다룰 때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좁은 길이나 비탈길에 들어설 때는 속도를 충분히 줄이고, 급격한 운전대 조작이나 급제동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데요.
무엇보다 술을 마셨거나 피로가 심할 때는 절대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합니다.
안전띠와 안전모 착용도 반드시 습관화해야 하는데요.
[지상구/한국도로교통공단 경기지부 안전교육부 교수 : "농기계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전복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가 농기계 밖으로 튕겨 나갈 위험이 매우 큽니다. 안전띠를 착용하면 전복이나 급정지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보호하고 중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농기계 사고는 단 한 번의 뒤집힘, 한 번의 추돌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 해 농사의 첫 단추를 꿰는 지금, 철저한 점검과 안전 수칙 준수만이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대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