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초 졸면 100m 주행…사고 나면 치명상

2021.04.19 (17:51)

코로나19 여파에 움츠렸던 시민들이 완연한 봄 날씨를 즐기러 나오면서 고속도로 이용 차량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맘때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3년간 전국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69.4%는 졸음운전이나 주시태만 때문이었던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조재성/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 : "졸음운전은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할 정도로 위험합니다. 만약 차량이 시속 100km로 주행할 경우 4초만 졸아도 100m 이상을 이동하는데, 깜빡 졸음으로 앞차와 추돌 시 차량 제동 없이 곧바로 충격하고, 인명 피해도 크게 발생하니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나들이 차량의 경우 대부분 동승자가 많고 장거리 운전인 데다, 봄철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다 닫고 운전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때 차 안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금세 높아지는 것도 졸음운전의 한 원인입니다.

 

운전 중 환기를 안 할 경우 실내 공기가 어떻게 바뀌는지 실험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성인 4명이 탄 차량이 출발할 때 이산화탄소 농도는 491ppm입니다.

 

오랜 시간 머물러도 건강에 문제가 없는 수준인데요.

 

창문을 닫고 운전한 지 5분 30초 만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5배 이상 높아집니다.

 

10분이 지나자 4,000ppm을 넘어섰는데요.

 

밀폐된 공간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0ppm을 넘으면 두통과 졸음이 오기 시작하고 집중력도 떨어집니다.

 

[박재민/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이산화탄소가 올라가게 되고 상대적으로 산소가 부족하게 되면 뇌의 중추에 영향을 미치게 돼서 졸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고력, 판단력, 주의력, 공간지각 능력 등 이 모든 것이 역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고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나른한 봄철, 졸음운전도 문제지만 사고를 키우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좌석 안전벨트 착용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뒷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사고가 났을 때 본인은 물론 앞자리 탑승자의 생명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 탓에 지난 2018년 9월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아직도 뒷좌석에 앉은 10명 가운데 7명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있습니다.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움직이는 차량에서 급정거를 해봤습니다.

 

일반 도로에서보다 훨씬 느린 속도였는데도 큰 충격을 받고 앞좌석에 강하게 부딪혔는데요.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을 경우 숨지거나 다칠 확률은 3배나 높아집니다.

 

[성수일/한국교통안전공단 화성체험교육센터 교수 :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차체의 뒷부분이 위로 뜨는 물리적 현상이 발생하는데요. 이때 자동차 시트에서 엉덩이가 쉽게 뜨게 됩니다. 그래서 앞좌석의 운전자나 조수석의 동승자에 부딪혀 상호 부상을 입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아차 하는 순간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졸음운전, 예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졸음운전의 가장 큰 원인은 피로인 만큼 졸음이 쏟아지기 쉬운 밤이나 식후 운전은 피해야 합니다.

 

또, 졸음을 유발하는 의약품을 복용한 뒤엔 절대 운전하지 말고 수시로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자주 순환시켜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운전 중 졸음을 참는 것은 금물.

 

차량을 세우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에 운전대를 잡아야 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람이 많은 휴게소나 쉼터 등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거리 두기를 지키며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는 등 모두의 안전을 위한 요령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