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경기도 시흥에 있는 한 시립 어린이집에서 원아 24명과 교직원 2명이 구토와 설사 등 유행성 장염 증상을 보였습니다.
보건당국이 조사에 나선 결과 일부 원아에게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는데요.
노로바이러스는 단 10개의 입자만 있어도 급성 위장염을 일으키는 강한
감염력을 가진 바이러스입니다.
또, 다른 식중독균들과는 달리 기온이 낮아지면 오히려 활동이 왕성해져
자칫 음식물 관리에 소홀하기 쉬운 겨울철 식중독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데요.
[김순한/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미생물과장 : "대장균과 같은 세균의 경우에는 스스로 분열을 통하여 온도가 따뜻할수록 더 빠르게
증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로바이러스는 온도가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감염력이 잘 유지되고, 적은 수의 입자로도 감염을 일으킬 만큼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겨울철에 특히 유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환자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차츰 증가하는데요.
연간 발생 건수의 절반 이상이 12월에서 3월 사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노로바이러스는 추위에 얼마나 강한 걸까?
식약처의 실험 결과를 보면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토마토와 상추는 10일
뒤 각각 5%, 3% 정도의 바이러스가 살아남은 반면, 얼음
속 노로바이러스는 17일이 지나도 무려 45%가량이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로바이러스가 추운 겨울 더욱 기승을 부리는 이유인데요.
[김순한/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미생물과장 : "노로바이러스의 입자 구조는 상온에 비해 낮은 온도일수록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감염성을 잃지 않습니다. 이는 노로바이러스의 구성 성분인 단백질과 핵산이 온도가 낮을수록 더욱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상온보다는 냉장 조건에서, 냉장 조건보다는
냉동 조건에서 더욱더 오랫동안 감염력이 잘 유지된다는 그런 의미입니다."]
노로바이러스는 주로 굴이나 조개 등의 수산물을 익히지 않고 먹었을 때 감염되는데요.
적은 양으로도 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사람 간 전파'로 인한 감염률도 높습니다.
구토물과 분변은 물론 침이나 손을 닦은 휴지, 환자가 잡은 문고리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는데요.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하루에서 이틀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전신에 근육통이 있거나 기운이 없고 두통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요.
미열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김경오/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증상은 일반 세균성 장염과 비슷합니다.
구토, 설사, 복통, 발열 등의 증상들이 있고요. 보통 어린이들은 구토가 흔한 증상이라고
알려져 있고, 성인의 경우 설사 증상이 더 흔하게 나타나고요. 보통은
한 2~3일이면 자연적으로 회복이 됩니다. (하지만) 아주 어린 영유아나 노인들의 경우에는 탈수 증상이 쉽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병원을 가는 게 좋습니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아직 치료제나 예방 백신이 없고, 한 번 감염됐던
사람도 다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고, 음식은 85℃ 이상에서 1분
이상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하는데요.
물도 되도록 끓여 마시는 게 좋습니다.
[김경오/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만약 장염에 걸렸을 경우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소화나 흡수가 잘되는 음식들을
익혀서 먹는 게 좋고요. 또 수분 소실이 많기 때문에 수분 섭취를 많이 해야 되는데 그럴 땐 생수보다는
반드시 보리차 등을 끓여서 식혀 먹는 게 안전합니다."]
식중독은 음식의 조리와 개인위생 관리만 철저히 해도 대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방심하지 않고 손 씻기, 익혀 먹기, 끓여 먹기 등 식중독 예방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실천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