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켜고 트렁크 열어라…가장 효과적”

2022.02.21 (15:52)
터널 안 2차로에 짐을 가득 실은 트럭 한 대가 비상등을 켜고 서 있습니다.

 

잠시 뒤 뒤따르던 대형 화물 차량이 달려와 그대로 들이받는데요.

 

쏟아진낙하물로 터널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1차로에 승용차 한 대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비상등을 켠 채 멈춰 서 있습니다.

 

잠시 뒤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SUV 차량이 멈춰서 있던 차를 들이받는데요.

 

순식간에 폭발과 함께 불꽃이 치솟습니다.

 

모두 1차 사고가 나 도로에 멈춰있는 차량을 뒤따르던 차량이 제때 발견하지 못해 충돌하는 2차 사고 인데요.

 

최근 5년 동안 전국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9,600여 건 가운데 2차 사고는 269.

 

전체 사고의 2.8%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은 사고 건수에 비해 치사율은 59.8%에 달하는데요.

 

고속도로에서의 일반 교통사고보다 7배나 높은 수치입니다.

 

[박정식/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교육처 부교수 :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장시간 고속으로 주행을 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속도나 거리 감각이 떨어져 앞서가던 차량이 서행하고 있거나 사고, 고장 등으로 정지해 있더라도 마치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고나 고장이 난 차량의 경우에는 에어백이나 안전장치들이 거의 소모된, 즉 무방비 상태인 경우가 많아 2차 사고가 발생될 경우 충격에 의한 치사율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한 번 났다 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2차 사고는 특히 겨울철에 더 조심해야 합니다.

 

길이 미끄러워 제동거리가 늘어나는 데다 상대적으로 밤이 길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인데요.

 

낮에는 150미터 거리에서도 확인이 가능했던 물체가 밤에는 50미터 앞이 돼서야 보이기 시작합니다.

 

색깔과 형태 등은 10미터 앞까지 가야 구분이 가능한데요.

 

또 겨울엔 추운 날씨 탓에 사고가 나도 운전자나 동승자가 차 안에 탄 상태로 대기하는 경우가 많아 인명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현동용/한국도로공사 교통처차장 : "겨울철엔 추운 날씨로 인해 탑승자가 대피하지 않고 정차한 차량이나 주변에 대기하는 경우가 많고요. 또 눈이나 비가 왔을 경우 바닥 노면이 미끄럽기 때문에 (뒤따르던 차량의) 제동거리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1차 사고 뒤 안전 삼각대나 불꽃 신호기 등의 안전용품을 설치하느라 2차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밤 시간대 이런 안전용품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실험한 영상입니다.

 

운전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사고 차량의 비상등으로 1.5킬로미터 전에 확인이 가능했는데요.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건 불꽃 신호기로 900미터 전에 볼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안전 삼각대는 150미터 앞까지 가야 눈에 띄었는데요.

 

[박정식/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교육처 부교수 : "교통안전용품 설치 소요 시간을 실험했는데 설치 소요 시간이 가장 짧은 조치 방법은 비상등 점등 및 트렁크 개방으로 약 15초 정도로 나타났고요. 안전 삼각대가 약 50, 그리고 불꽃 신호기는 2분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를 열어놓는 것만으로도 차량의 안전, 운전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차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빠른 대피가 우선입니다.

 

차량의 이동이 가능할 땐 갓길 등 안전한 곳으로 차를 옮기고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 문을 활짝 열어 뒤따르는 차량에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요.

 

이때 운전자와 탑승자는 날씨가 아무리 춥더라도 차에 머물지 말고 반드시 차에서 내려 보호난간 밖이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현동용/한국도로공사 교통처차장 : "도로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보호난간이 없는 교량이나 방음벽 구간은 차량 진행 방향이나 반대 방향에 가까운 대피 공간이나 안전지대까지 이동을 해야 되고요. 혹시 그런 곳이 없으면 사고 지점에서 100m 이상 멀리 떨어져 대피해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면 한국도로공사 콜센터 1588-2504번이나 112,보험회사 등으로 연락해 차량 고장이나 사고 처리에 대한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