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짙은 색에 민감 "달아나는 게 상책"

2022.08.29 (15:17)

지난 6일, 전북 순창에선 밭 일을 하던 70대 부부가 벌에 쏘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두 사람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남편은 숨지고, 아내는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요. 

 

지난달 19일, 전남 해남의 한 휴양림에서는 산악 동호회 회원 30여 명이 말벌 떼에 쏘이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소방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 3년간 발생한 벌 쏘임 사고는 만 오천 여건. 

 

특히 7월부터 9월 사이는 산란기를 맞은 벌의 활동이 가장 왕성해지는 시기인데요. 

 

벌쏘임 사고 10건 가운데 7건이 이때 발생합니다. 

 

게다가 등산이나 성묘 등으로 사람들의 야외활동 역시 늘어나 이 시기, 벌에 쏘이는 일은 더 잦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 50대 남성은 2주 전 수풀 속에서 벌집을 밟아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땅속에 집을 짓고 사는 ‘장수말벌’이었는데요. 

 

[김경섭 / 경기도 고양시 : "친구 농장에 갔다가 근처에 복분자 열매가 있길래 따고 있었어요. 그런데 장수말벌 집이 있는 걸 모르고 제가 그 집을 왼발로 밟은 것 같아요. 쏘이고 한 3분에서 5분 사이에 엄청나게 이렇게 붓고요." 

 

이처럼 곳곳에 숨어있는 벌집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무심코 건드렸다가 벌을 흥분 시킬 수 있어 굉장히 위험한데요. 

 

[최문보 / 경북대식물의학연구소 연구교수 : "벌집이 풀숲 안 보이는 곳에 주로 있는데, 벌들은 다른 것보다 진동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우리가 풀숲을 지나가다 벌집과 연결된 나뭇가지를 건드린다든지 해서 일상적이지 않은 진동이 전달돼면 벌들은 천적이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그 대상을 공격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벌초나 산행할 땐 주변을 잘 살펴 벌집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우거진 덤불 사이나, 수풀 속에 벌집이 숨겨져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최문보 / 경북대식물의학연구소 연구교수 :"등산로가 아닌 풀숲에 그냥 들어가게 되면 굉장히 위험합니다. 큰 대형 말벌, 즉 장수말벌이나 이런 벌 종류들은 숲 속에서도 약간 트인 지역에 주로 집을 짓습니다. 대부분 무덤 가라든지 그런 곳이 많아서 성묘할때도 벌 집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말벌에게 쏘이지 않기 위해 선 야외활동을 할 때, 어두운 색보다는 되도록 밝은 색깔의 옷을 입는 것이 좋습니다. 

 

짙고 어두운 색을 공격하는 벌의 습성 때문인데요. 

 

실제로 벌들이 색깔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본 실험 영상입니다.

 

밝은 색 모자와 옷에는 거의 접근하지 않는데요. 반면에 어두운 색의 모자에는 수십 마리가 모여듭니다. 

 

검은 머리카락도 마찬가진데요. 

 

벌의 천적인 곰, 오소리 등의 털과 비슷한 짙고 어두운 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겁니다. 

 

[한태만 /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 연구원 박사 : "벌집을 건드린 뒤 자세를 낮추고 가만히 있으면 말벌들이 검은 머리 부분을 지속적으로 공격해 매우 위험합니다. 그리고 빠르게 20m 이상을 피해 달아나면 대부분의 벌이 다시 벌집으로 돌아갑니다. 놀라서 팔을 휘젓거나, 땅을 발로 두드리는 큰 동작은 오히려 말벌을 더욱 자극 해 공격적으로 만들 수 있는 만큼 반드시 피해야 하는 행동이고요."] 

 

이렇게 조심했어도 말벌에 쏘였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합니다. 

 

꿀벌의 침은 끝 부분이 갈고리처럼 생겨 한번 쏘면 침이 사람 몸에 박혀 빼내야하지만 

 

말벌 침은 여러 번 쏠 수 있는 구조여서 피부에 독침이 남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침을 찾아 빼려 할 필요가 없는데요. 

 

차가운 물이나 얼음으로 냉찜질을 해 염증이나 통증을 가라앉히는 게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