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조절 기능 저하…한랭질환에 더 취약

2022.12.27 (17:14)

뚝 떨어진 기온에 폭설까지 이어지면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영하권으로 떨어진 기온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럴 때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노약자들은 특히 한랭 질환을 조심해야 합니다.

 

한랭 질환이란 추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동상과 저체온증이 대표적인데요.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는 저체온증은 혈액순환을 방해해 각종 장기에 손상을 일으키는데 심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습니다.

 

동상은 피부 조직이 얼어 국소적으로 혈액 공급이 없어져 생기는 질환인데요.

 

심하면 근육이나 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최한성/경희대병원 응급의료센터장 : "우리 몸은 중심 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지면 몸을 떨리게 하거나, 심박수를 증가시켜 혈액순환 양을 늘려 체온을 올리려고 하는데요. 그런데도 체온이 28℃ 이하까지 떨어지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커집니다. 손이나 발처럼 비교적 덜 중요한 조직이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뇌에 있는 체온 조절 중추가 중심 체온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손과 발의 혈액순환을 차단하게 됩니다. 그러면 따뜻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손과 발의 세포들은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질병관리청의 자료를 보면 올겨울 한랭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모두 10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나이대별로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 노인이었는데요.

 

80대 이상이 22.9%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18.8%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체열을 만들어내는 근육이 줄어 추위를 잘 느끼지 못하다 보니 한랭 질환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건데요.

 

[심경원/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노인들은 체온 조절 기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자율신경계가 약화하면서 체온 조절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근육량도 감소해 신체가 스스로 체온을 보존하려는 힘이 약해지게 됩니다."]

 

보통 한랭 질환은 추위에 그대로 노출되는 바깥에서만 걸리는 것으로 알기 쉬운데요.

 

하지만 실내에서도 안심해선 안 됩니다.

 

한랭 질환자 10명 가운데 2명은 실내에서 한랭 질환에 노출되기 때문인데요.

 

실내라도 난방이 잘되지 않은 곳이라면 체온 조절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실내 온도는 25도 안팎에, 습도는 50%대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데요.

 

꼭 외출해야 한다면 모자와 목도리 등을 챙기고, 보온 · 방수 기능이 있는 장갑이나 신발을 준비해 착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추위에 대비했어도, 심하게 몸이 떨리거나 피부가 차고 창백해지면 저체온증 초기 증상을 의심해 봐야 하는데요.

 

이땐 바로 실내로 이동해 담요나 침낭으로 몸 전체를 감싸고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등의 응급처치를 해야 합니다.

 

춥다고 술을 마시면 오히려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어 피해야 하는데요.

 

[심경원/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술을 먹으면 말초혈관이 확장돼 처음에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혈액순환이 잘 되는 것 같지만 계속 먹다 보면 결과적으로 피부를 통해 열을 뺏기게 되고, 오히려 추위를 잘 못 느끼고 또 잠이 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저체온증에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동상이 의심되면 젖은 신발이나 양말, 옷 등은 벗고 따뜻한 담요로 의심 부위를 감싸주는 게 좋습니다.

 

가벼운 동상이라면, 동상 부위를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30분 정도 담가주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요.

 

직접 불에 쬐거나, 뜨거운 물에 담그면 오히려 피부 손상이 심해질 수 있어 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