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엔 갑자기 높아진 기온에 일교차까지 커지면서 아침저녁으로 짙은 안개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를 조심해야 하는데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5년 인천 영종대교에선 차량 백여 대가 추돌해 3명이 숨지고, 120여 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지난달 서해안고속도로에서도 출근길 8중 추돌사고가 있었습니다.
모두 안개 때문이었는데요.
도로교통공단의 자료를 보면 안개 낀 날 일어난 교통사고 사망률은 맑은 날보다 5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씨와 비교해도 3배 이상 높은 수치인데요.
안개가 운전자들의 시야를 얼마나 방해하는지 실험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짙은 안개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주행을 시작했는데요.
이때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앞차의 후미등이 보입니다.
두 차량 간 거리는 13미터에 불과했는데요.
하지만 후미등과 비상등을 같이 켜자 두 차량의 안전거리가 30미터 정도 확보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석기/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 "일반적으로 후미등에 비해 우리가 깜빡이라고 부르는 비상등은 파장대가 좀 더 길기 때문에 운전자의 시야 확보에 유리합니다. 따라서 안개 구간을 통과할 때는 후미등뿐만 아니라 비상등을 켜야 안전운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안개 낀 날엔 비상등을 켜고, 평소보다 차간 거리도 늘려야 안전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운전하다 보면, 오히려 앞차와의 거리가 더 좁아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앞이 안 보이는 불안감에 앞차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려 하기 때문입니다.
[김건영/서울시 은평구 : "(안개로 도로가 잘 안 보여도) 앞에 차가 있으면 좀 심적으로 안정이 돼서 따라가는 편이거든요."]
[박길호/서울시 강동구 : "(안갯길을 달릴 땐) 불안하죠. 앞에 차가 서 있지는 않을까, 고장 난 차가 있진 않을까, 앞에 차가 안 보이니까 그게 가장 무서운 것 같습니다."]
안갯길 운전의 위험성을 모의 주행을 통해 확인해 봤는데요.
가시거리 50미터 정도의 안갯길에서 평소처럼 운전해 봤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행 속도가 100킬로미터를 넘어서는데요.
결국 곡선 구간에서 차선을 넘어 사고가 납니다.
돌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제동하지 못해 사고를 내는데요.
속도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나서야 사고 없이 주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석기/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 "안개 구간을 통과할 때는 주변 사물을 인지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차의 속도감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앞차를 쫓아가는, 따라가는 행태를 자주 보이게 됩니다. 앞차를 따라가다 보니까 차간 거리는 짧아지고, 뒤에서 추돌하는 사고가 많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안개 낀 도로를 달릴 땐 속도를 줄이고, 차간 거리도 평소의 두 배 이상 확보해야 합니다.
안개등도 꼭 켜줘야 하는데요.
[송선정/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안전교육부 교수 : "안갯길을 다닐 때는 등화 장치를 모두 켜야 하는데요. 특히 안개등이 중요합니다. 전조등과 달리 안개등은 빛이 넓게 퍼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다른 차들에게) 알려주는 데 효과적이고요. 특히 비상등을 켜서 서로 차량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운전하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또, 안개가 많이 낀 날은 춥더라도 창문을 조금 열고 운전하는 게 도움이 되는데요.
창문을 열고 주변의 소리를 들으면서 운전하면 돌발 상황에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