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7배 “춥다고 차 안에 있으면 안돼”

2024.01.10 (16:25)

고속도로에 화물차가 넘어져 있습니다.

 

뒤따르던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팔을 흔들며 후속 조치를 하는데요.

 

이때 승용차 한 대가 속도를 멈추지 않고 달려오더니 넘어진 화물차를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밤늦은 시간, 길 한복판에 차량 여러 대가 뒤엉켜 있는데요.

 

화물차를 들이받고 멈춰 선 SUV 차량을 뒤따르던 승용차가 그대로 덮친 겁니다.

 

SUV 운전자인 60대 남성은 추돌 사고를 낸 뒤 도로에 나왔다가 승용차에 치여 숨졌는데요.

 

이처럼 교통사고나 고장 등으로 멈춰 있는 차량이나 사람을 뒤따르던 차량이 추돌하는 2차 사고는 최근 3년간 고속도로에서 150건 넘게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85명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실제로 2차 사고 치사율은 56%에 달합니다.

 

인명 사고가 나면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는 건데요.

 

일반 교통사고보다 7배 가까이 높은 수칩니다.

 

[임채홍/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고속도로 같이 (차량 흐름이 이어지는 곳을) 연속류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앞 차량이 항상 주행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고속으로 주행하다 보면 앞 상황에 대해서 인지하고, 판단하고, 반응해 정지하거나 뭔가 대처를 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2차 사고로 이어지는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이죠."]

 

고속도로에서의 2차 사고는 주로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데요.

 

차량 간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주변 도로에 머물거나, 뒤에서 오는 차량을 향해 수신호를 하거나, 삼각대를 설치하겠다며 도로로 나섰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날이 춥다고 차 안에 그대로 앉아 있는 것도 위험한데요.

 

[임채홍/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차 뒤쪽에 삼각대를 설치하겠다고 (도로 위를) 걸어간다거나, 야간에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있으면 (상대 차량이) 나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움직이는 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고요. (교통사고) 과실 판단에서도 요즘 차들은 블랙박스가 많이 설치돼 있고, 고속도로 같은 경우는 CCTV도 곳곳에 설치돼 있거든요. 그래서 웬만해서는 가해자나 피해자가 바뀐다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 또는 고장 등으로 정차했다면, 가장 먼저 차를 갓길로 옮겨야 합니다.

 

차를 옮기기 힘들다면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 문을 활짝 열어 뒤따르는 차량에 이를 알려야 하는데요.

 

이때 운전자와 동승자는 날씨가 아무리 춥더라도 차에 머물지 말고 반드시 차에서 내려 가드레일 밖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면 한국도로공사 전화상담실 1588-2504번이나 112, 119, 보험회사 등으로 연락해 차 고장이나 사고 처리에 대한 도움을 받으면 되는데요.

 

[강정모/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 : "가드레일이 없는 구간이라면 갓길로 이동 후 가드레일 또는 안전지대가 있는 가까운 도로 밖으로 대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차들이 계속 달려와서 갓길까지 이동하기가 어렵다면 중앙분리대 쪽 녹지대 또는 (주변에) 대피 공간이 있는지 확인 후 해당 안전지대로 이동하는 게 좋습니다."]

 

비상등 깜빡이고 마땅히 피할 곳이 없는 터널 안이라면 2차 사고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터널 안에서 차가 멈췄다면 차는 터널 내부의 갓길이나 비상주차대에 세워두고 최대한 빨리 대피해야 하는데요.

 

이때 운전자나 동승자는 폭이 좁은 갓길이 아닌 지대가 높은 공동구 위로 이동하는 게 더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