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선을 달리던 승용차가 갑자기 방향을 잃고 터널 벽을 들이받습니다.
이 차는 여러 차례 구른 뒤 차선을 가로질러 멈춰 섰는데요.
잠시 뒤 뒤따르던 차 한 대가 사고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앞선 사고 차량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20대 운전자는 결국 숨졌는데요.
이처럼 터널에서의 교통사고는 한순간에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밀폐된 구조와 제한된 공간 때문에, 일반 교통사고보다 훨씬 더 치명적일 수 있는 건데요.
실제로 최근 5년간 전국의 터널에서는 해마다 평균 820여 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매년 27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 100건당 3명 넘게 숨지는 셈인데요.
이는 일반 교통사고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이성렬/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터널 같은 경우는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차량이 대피할 공간도 없고요. 그리고 운전자들이 ‘터널 효과’라고 속도감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추돌 사고의 위험성이 상당히 높고요. 그리고 바람이 밀폐된 터널 안으로는 좀 세게 불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화재가 번지고요. 그리고 연기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유독가스가 배출이 안 되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이 때문에, 터널에 들어가고 나갈 때는 전방을 주의 깊게 살피고 진입 전 반드시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요.
또 터널 안에서는 무리한 앞지르기나 추월, 과속은 절대 해선 안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는 건데요.
[오현우/한국도로공사 서울경기본부 교통팀 차장 : "터널 같은 경우는 진입할 때 차간 거리를 일반 도로보다 (더 길게) 100미터 이상 지켜주시는 게 중요하고, 제한 속도를 꼭 준수하셔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대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운전하시는 습관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만약 터널 안에서 사고가 났다면, 차량은 최대한 벽 쪽이나 갓길에 붙여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탑승자는 한 명도 빠짐없이 차에서 내려, 가까운 대피로를 찾아 이동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터널에 들어설 때는‘대피로까지 남은 거리’를 알리는 표지판을 눈여겨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성렬/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만약에 사고가 났다면 휴대전화에 어떤 불빛이라든가 본인의 위치를 알리면서 대피로를 통해 이동하는 것이 그나마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사고로 차에 불이 난다면, 터널 내부는 금세 연기로 뒤덮여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요.
이때는 절대 뛰지 말고, 차 안의 수건이나 옷으로 코와 입을 가려 최대한 연기를 들이마시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불이 막 시작됐다면 차량용 소화기로 초기에 진화하는 것이 효과적인데요.
하지만 이미 불길이 번진 뒤라면, 직접 끄려는 시도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땐 무엇보다 빠른 대피가 최선인데요.
[정희태/경기 용인소방서 소방교 : "화재 초기에는 흰색 연기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는 차량 내에 비치된 소화기 또는 터널 안에 비치된 소화기나 소화전을 이용해서 초기 진화를 시도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은 연기가 발생하게 되면 몇 분 내로도 화재가 급격히 연소, 확대되기 때문에 이때는 반드시 대피하셔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터널은 짧게 지나가는 길이지만, 순간의 방심으로 언제든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속도를 줄이고 대피로를 기억하는 작은 습관, 그리고 사고 순간엔 차보다 내 몸을 먼저 지키는 빠른 대피가 터널 속 생사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