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판 겹쳐 쓰면 위험…온도 조절기는 이불 밖에

2024.01.23 (10:55)

농촌 주택 한 채가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이 불로 잠자던 노부부가 화마에 목숨을 잃었는데요.

 

전기장판에 온수 매트를 겹쳐 쓰다 과열돼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빌라 안쪽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는데요. 이 불로 주민 12명이 긴급 대피했고 4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소방 당국은 전기장판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전기장판은 가스난로처럼 직접 불이 보이는 난방기구가 아니다 보니 화재위험이 적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소방청의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전기장판 관련 화재는 모두 1,100여 건으로 23명이 숨지고, 180명 넘게 다쳤는데요.

 

[김정환/한국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연구원 : "전기장판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유독 큰 이유는 사용자가 수면 중 항상 사용하는 전기용품이기 때문입니다. 수면 중에는 (불이 나도)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어 유해가스 흡입에 무방비로 노출돼 인명피해의 위험이 많이 증가합니다. 또한 전기장판의 경우 전선의 피복이 벗겨져 노출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감전의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어떨 때 전기장판에 불이 나는 걸까.

 

온수 매트와 전기장판, 이불을 여러 겹 겹친 채 1시간가량 지켜봤는데요.

 

전기장판의 설정 온도인 60도를 훌쩍 넘어 70도를 넘어섭니다.

 

이번엔 전기장판의 일부가 접힌 채 사용하는 경우를 가정해 봤는데요.

 

전원을 켜자 5분 만에 접힌 부분의 온도가 40도를 넘어섭니다.

 

내부의 열선이 겹쳐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건데요.

 

[이용재/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전기담요는 규격이 조그만 것도 있고, 침대 매트리스보다 큰 것도 있고 다양하거든요. 그런데 (크기가) 큰 것을 소파 같은 곳에서 쓰거나 좁은 곳에서 쓰게 되면 (전기장판의 일부가) 접힐 수 있고, 무리가 생기는 부분이 있죠. 결국 거기에서 열 축적이 생기거나, 내부 전열선이 끊어지거나 손상될 수 있는 그런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또, 오랜 기간 전기장판을 접었다 폈다 반복해 내부 열선이 꼬이면 심한 경우 열선이 벗겨지거나 끊어질 수도 있습니다.

 

열선이 끊어진 경우를 가정해 피복을 벗겨내고 전원을 연결해 봤는데요.

 

순식간에 미세한 불꽃이 튑니다. 뒤이어 장판에 열선이 눌어붙는데요.

 

[이용재/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전기장판은) 겨울철에만 수년에 걸쳐서 쓰다 보니까 보관할 때 일반 담요 개듯이 착착 접어서 장롱에 넣어둔다거나, 무거운 물건 밑에 넣어둔다거나 이렇게 되면 다음 해 겨울에 쓸 때 내부 열선이 손상돼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화재를 예방하려면, 전기장판을 사용할 땐 이불 등을 겹겹이 쌓아 사용하지 말고 보관할 때는 열선이 꺾이지 않도록 둥글게 말아 보관해야 합니다.

 

또, 열선이 끊어져 합선될 수 있는 만큼 전기장판 위에 무거운 물건은 되도록 올려놓지 말아야 하는데요.

 

[김정환/한국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연구원 : "외출할 땐 반드시 전기장판의 플러그를 뽑아 전원을 차단해야 합니다. 온도 조절기는 이불 안이 아닌 이불 밖에 위치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불 속에 열이 쌓이거나 온도 과열로 인한 화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전기장판에서 불이 났을 때 대처도 중요합니다.

 

놀란 마음에 물을 뿌렸다간 감전될 수 있는 만큼 가정용 소화기를 사용해 초기 진압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데요.

 

불길이 커졌다면 스스로 끄려 하지 말고 빨리 119에 신고한 뒤 대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