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늘어선 차들 사이로 무단횡단하는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옵니다.
길가에 세워진 검은 차 앞으로 어린이가 달려 나오기도 하는데요.
줄지어 주차된 차들 사이에서 뛰어 나온 어린이가 차와 그대로 부딪칩니다.
모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이선미/인천시 동구 : "항상 차 조심하라고 이야기하는데도 뉴스에 사고 나는 거 보면 항상 걱정되고 무서워요."]
[한선미/인천시 부평구 : "(횡단보도에선) 좌우 다 살피고, 무조건 신호 바뀌면 가야 한다고 하고, 절대 뛰지 말라고 그런 소리는 당연히 하죠. 당연히 하는데도 매번 사고가 줄지 않으니까 걱정이죠."]
지난 2020년,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된 뒤 어린이보호구역에는 과속단속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되고, 사고 처벌도 강화됐지만 어린이들은 여전히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발생한 12세 이하 어린이 교통사고는 천 5백여 건으로 8명이 숨지고 1,600명 가까이 다쳤는데요.
[조준한/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3월엔 학교에서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어린이들의 보행량이 증가하고, 또한 행동반경이 넓어지는 시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어린이 통행이 많은 구간을 주행할 땐 반드시 제한 속도를 준수해야 하겠고요."]
사고를 막기 위해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주행 속도를 30km 이하로 제한하고, 주정차도 금지하는 등 안전운전 의무가 더욱 엄격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인데요.
하교하는 어린이들이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차들도 어린이들을 가까스로 피해 갑니다.
제한속도를 10킬로미터 넘게 초과하는 차량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운전자와 어린이의 시야를 가리는 불법주정차 차량도 적지 않습니다.
[조준한/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시속 40km일 때와 시속 30km에서 보행 사고가 났을 때 치사율을 보면 2배 이상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정속 운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불법 주정차로 인한 시야 가림 사고가 상당히 자주 발생하고 있거든요. 어린이들이 체구가 작고, 뛰어서 차도로 진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전방을 주시하는 운전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운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에 들어서면 바로 속도를 늦추고, 30km 이하로 서행해야 하는데요.
특히, 주변에 주정차 된 차들이 있다면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해 늘 방어운전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폭이 좁은 이면도로라면 더욱 주의해야 하는데요.
지난 10년간 서울의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10건 가운데 8건 가까이는 폭이 좁은 1∼2차로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망사고의 경우, 전체 5건 가운데 4건이 1∼2차로에서 발생했는데요.
이 때문에 최근엔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차량 제한속도를 더 낮추는 지자체도 늘고 있습니다.
서울시 역시 올해, 도로 폭이 8미터가 넘지 않는 이면도로 50곳을 추가 지정해 제한속도를 시속 20km까지 낮추기로 했는데요.
[김은례/서울시 도시교통실 보행안전팀장 : "서울시 초등학교 대부분이 주택가에 있어서 보행자와 차량이 함께 이용하는 도로가 많습니다. 협소한 도로가 많은 지역에 어린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추가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어 물리적으로 보도 설치가 가능한 구간은 보도를 확보하고, 보도 설치가 불가능한 도로에 제한 속도를 시속 20km로 제한하기로 한 것입니다."]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엔 어린이 교통사고 우려가 커지는 만큼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린이들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새로운 등하굣길이 자칫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가정에서의 철저한 교육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