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로 옆 도랑에 경운기 한 대가 빠졌습니다.
경운기와 도랑 사이에 낀 60대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는데요.
수풀이 우거져 땅이 기울어진 걸 미처 보지 못해 경운기가 중심을 잃으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며칠 뒤엔 경북 예천의 한 밭에서 80대 남성이 경운기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최근 3년간 발생한 전국의 농기계 사고는 3천 7백여 건.
이 가운데 전체 사고의 25%가 농번기인 5월과 10월 두 달 동안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한 해 평균 천 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하는 건데요.
같은 기간 220여 명이 숨지면서 5일에 한 명꼴로 목숨을 잃는 셈입니다.
[김경란/농촌진흥청 농업인안전팀장 : "농기계가 대형화되면서 사고가 났을 때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적이 드문 밭이나 농촌 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늦게 발견되어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농촌 지역의 응급의료 시스템 부족으로 제때 치료받기 어려워 치명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농기계 사고는 운전자의 부주의나 조작 미숙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열악한 농촌 환경이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정재영/경기 안성시 : "농로 폭이 좁습니다. 그래서 농기계끼리 서로 마주쳐도 피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이해강/경기 안성시 : "트랙터 자체가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뒤집히거나 넘어지지 않는데 (도로 환경이나 농기계 사용이) 능숙하지 않아서 조심조심 운행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는 해마다 농기계 안전 교육과 무상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업인들의 안전의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요.
[김창현/경기 안성시 농업기술센터 주무관 : "저희가 클러치가 뭔지, 브레이크가 뭔지 아무리 알려줘도 아무래도 운전법을 숙지하려면 많은 시간,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잘 배워야 하는데, 단기간에 바로 배워서 ‘나는 내일 쓸 거야’ 막 이러기 때문에 저희 안내를 잘 듣고 그대로만 좀 실천해 주면 좋겠습니다."]
농촌의 열악한 환경도 문제지만, 농업인 스스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중요합니다.
농기계로 좁은 농로나 경사진 길을 이동할 땐 진입하기 전 미리 속도를 줄이고, 급정지나 급회전 등은 되도록 자제해야 하는데요.
농기계를 도로로 몰고 나가는 경우라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김창현/경기 안성시 농업기술센터 주무관 : "(농기계 사고 예방을 위해) 제일 중요한 건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거죠. 그리고 농기계 특성상 비탈길이나 굽은 길, 좌회전이나 우회전, 유턴할 때 (운전자가 주변을) 잘 안 보고 그냥 운행해요. 좌우, 앞뒤에 위험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도 조심해서 운전해야 하고요."]
농기계뿐 아니라 일반 차량 운전자들도 이맘땐 도로를 달리는 농기계가 많은 만큼 늘 방어 운전해야 하는데요.
늦은 시간까지 작업하다 야간에 도로를 달리는 농기계도 적지 않은 만큼 농촌 인근 도로를 지날 땐 언제 어디서나 농기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최근엔 도로 전광판을 통해 주변 농기계의 위치를 미리 확인하는 시스템도 도입되고 있는데요.
[김경란/농촌진흥청 농업인안전팀장 : "농기계와 일반 차량과의 추돌 사고 예방을 위해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해 농기계 사고 감지 알람 시스템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농기계의 위치와 속도를 도로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표시해 일반 차량의 감속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행하다 농기계를 만났다면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고, 과속이나 무리한 추월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