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에 에어컨 실외기도 ‘활활’

2024.06.24 (17:48)

아파트 창문 사이로 새빨간 불길이 치솟습니다.

 

40층짜리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난 건데요.

 

이 불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9명이 연기를 마셔 현장에서 치료받았습니다.

 

이 밖에도 지난달 4일엔 대구의 한 상가에서, 또 4월엔 제주의 호텔과 경기 파주의 산후조리원, 경북 예천의 한 건물 외벽에서도 화재가 잇따랐는데요.

 

모두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에어컨 화재는 820여 건으로 모두 9명이 숨지고, 66명이 다쳤는데요.

 

에어컨 화재는 해마다 날씨가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6월부터 크게 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역대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한 4월부터 화재가 잇따랐는데요.

 

올해 들어서만 벌써 40건이 넘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때 이른 폭염에 에어컨 사용이 많아지는 만큼 철저한 관리와 점검이 필요한 때인데요.

 

[이영주/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 : "에어컨 같은 경우는 80% 이상이 대부분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로 전선의 불량이라든지 혹은 합선이라든지 장시간 오랫동안 틀어 놓고 사용하다 보니까요. 콘센트가 과열돼 열이 발생하면서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가 있고요."]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돌아가는 실외기의 경우 과열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부에 노출된 실외기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확인해 봤는데요.

 

오후 3시, 서울 종로구의 측정 당시 기온은 32도. 열화상 카메라로 실외기의 온도를 측정해 보니 50도가 넘는 곳이 많은데요.

 

70도 이상 오른 곳도 있습니다.

 

[이영주/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 : "외부에 있는 실외기는 훨씬 더 가혹한 조건에 노출되다 보니 고장이라든지 노후화 가능성이 높고요. 외부에 있다 보니까 직사광선,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거나 비나 눈 혹은 습기에도 굉장히 노출될 수가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새라든지 여러 가지 짐승들이 전선을 갉아 먹거나 훼손하는 상황들도 화재의 원인이 됩니다."]

 

실외기가 집 안에 있다고 안심해 방치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하지만 실외기실 관리에 소홀했다간 화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외부로 통하는 환기창을 닫은 채 에어컨을 켜 봤는데요.

 

5분 만에 실외기 근처 온도가 60도에 육박합니다.

 

[정영욱/서울 구로소방서 화재조사팀장 : "(실외기실에) 물건을 많이 쌓아두면 환기도 안 되고, 실외기에서 발생하는 열이 외부로 방출되지 않다 보면 내부에 굉장히 열이 모이게 되고 뜨거워집니다. 뜨거워지다 보면 내부에 있는 전선, 피복, 여러 가지 가연물들이 발화하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아주 위험합니다."]

 

실외기 과열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해선 에어컨을 켤 때 반드시 실외기실 환기창을 열어 통풍이 잘되도록 해야 하는데요.

 

실외기 내부에 쌓인 먼지도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1년에 한 번 정도는 청소해 주는 게 좋습니다.

 

또, 전선이 훼손되진 않았는지 주변에 인화성 물질은 없는지도 주기적으로 살펴봐야 하는데요.

 

[정영욱/서울 구로소방서 화재조사팀장 : "전선이 약간 갈라지는 형태나 좀 오래된 낡은 형태가 보인다면 에어컨 제조사에 연락해서 A/S를 받는 게 좋고요. 어느 정도 사용 햇수가 지나면 배관이라든가 아니면 보온재, 테이프 감은 곳이라든가 이런 곳들을 점검받는 게 좋습니다."]

 

이 밖에도 실외기 팬의 날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굉음 등의 소음이 있을 땐 즉시 사용을 멈추고 전문가에게 점검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