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여러 대가 뒤엉켜 있습니다.
짙은 안개에, 도로 위 살얼음까지 겹치면서 피해가 커졌는데요.
이 사고로 차량 29대가 잇따라 부딪치면서 운전자 5명이 다쳤습니다.
같은 날, 인근 교량에서도 추돌사고가 나 차량 8대가 부서지고 9명이 다쳤는데요.
당시 기온은 영하 5도 안팎.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는 50미터도 되지 않았습니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맘때면, 강변이나 하천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데요.
새벽과 아침, 그리고 야간에 이런 구간을 지날 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초겨울 발생한 교통사고 치사율을 날씨별로 분석해 봤더니, 안개 낀 날이 6.9%로 가장 높았는데요.
맑은 날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임채홍/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다른 기상 상태에서의 사고들은 주행하다가 긴급 상황이 되면 속도를 줄인단 말이에요. 근데 안개 구간에서는 전방 상황을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충격 속도가 엄청 높아지는 거죠. ‘눈 뜨고 졸음운전을 하는 격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안개가 자주 끼는 시간대엔 교통량이 적다는 이유로 과속하는 차들이 많은데요.
게다가, 시야 확보가 어려워 앞차의 후미등 불빛만 따라가는 운전자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송기주/경기도 이천시 : "안개가 많이 끼면 아무래도 도로 상황이 안 보이다 보니까 앞에 차가 있으면 브레이크등이 켜지는 걸 보면서 좀 거리를 두고 서행하면서 다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운전 습관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앞차 불빛에만 의존하다 보면 갑작스러운 제동이나 차선 변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연쇄 추돌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안개등이 아닌 상향등을 켜면 빛이 반사돼 시야를 더 흐리게 만들고 눈부심까지 유발할 수 있는데요.
[박재은/한국도로교통공단 안전교육부 교수 : "안갯길을 주행 중이실 때 앞차의 미등만 보고 좁은 (차간) 간격으로 주행하게 될 경우 앞차가 갑자기 급정지했을 때 뒤에서 그대로 들이받을 수 있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브레이크를 자주 밟거나 급가속하게 되는 경우 추돌의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에 항상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추월이나 불필요한 차로 변경은 삼가야 합니다."]
안개는 차량 간 사고뿐 아니라, 보행자와 사고 위험도 높입니다.
짙은 안개 속에서는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을 건너는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를 운전자가 제때 발견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특히, 보행자가 무단횡단이라도 하면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박재은/한국도로교통공단 안전교육부 교수 : "안갯길에서는 시야가 단 10미터 내지 20미터로 줄어들기 때문에 보행자를 발견 후에 멈출 수 있는 시간이 현저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마을 도로나 건널목 앞과 같이 보행자가 자주 다니는 도로에서는 평소보다 속도를 더 낮춰서 안전하게 운행하셔야 합니다."]
안갯길 사고를 예방하려면, 돌발 상황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속도를 줄이고, 안개등과 비상등을 켜 주변 차량에 내 위치를 알려야 합니다.
차량 간격은 평소보다 두세 배 이상 넓히는 것이 안전한데요.
만약 시야 확보가 정 어렵다면, 가까운 휴게소나 안전지대에 잠시 정차해 안개가 걷힐 때까지 대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임채홍/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운전자들이 안개가 꼈을 때 평소에 달리던 거에 비해서 속도를 줄여야 함에도 ‘난 피할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하는데 내 앞차는 사실 서 있을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면서 달려야 되고 속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개는 단순히 시야를 가릴 뿐 아니라, 운전자의 판단력까지 흐리게 만들 수 있는데요.
조금 늦더라도 천천히,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