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 감속…타이어는 미리 점검

2024.07.09 (9:34)

빗길 도로 위를 소방차가 급하게 달려갑니다. 보호난간을 들이받고 도로를 벗어난 차량은 불길에 휩싸였는데요.

 

이 사고로 등교하던 10대 아들과 아버지가 모두 숨졌습니다.

 

빗길에 승용차가 방향을 잃고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난 건데요.

 

해마다 장마철이면 이 같은 빗길 미끄럼 사고가 반복됩니다.

 

바로 '수막현상’ 때문인데요.

 

수막현상이란 도로 위에 고인 물 때문에 타이어가 도로에 닿지 않고, 물 위로 미끄러지는 것을 말합니다.

 

평소보다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탓에 앞차와 추돌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사망률도 평소보다 높습니다.

 

도로교통공단의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은 2.08%로 맑은 날보다 1.6배나 더 높았는데요.

 

수막현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본 실험 영상입니다.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리다 브레이크를 밟아봤는데요.

 

마른 도로에서는 9.9미터를 간 뒤 멈춰 섰지만 젖은 도로에서는 18.1미터를 간 뒤에야 멈췄습니다.

 

제동거리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건데요.

 

[조민호/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 : "수막현상이 발생하면 타이어의 접지력이 약화해 차량 제동 거리가 길어지거나 미끄러져 차의 방향을 조절하는 능력을 잃게 돼 교통사고가 나도 적절히 대처할 수 없게 됩니다."]

 

타이어가 닳아 마모돼있다면 수막현상에 더 취약합니다.

 

정상 타이어인 차량은 빗길을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다 급제동하자 52m를 지나 멈춰 선 반면, 마모가 심한 타이어 차량은 같은 조건에서 급제동하자 33m나 더 가서 멈춰 섰는데요.

 

이 때문에 빗길 미끄럼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평소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김광규/서울시 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이사장 : "타이어의 파인 홈은 배수구 역할을 해주는 거예요. 틈새는 물을 바깥으로 빼주는 거고, 튀어나온 곳은 마찰로 바로바로 제동되는 거죠. (타이어에) 홈이 없으면 제동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에 꼭 수시로 점검해서 타이어를 제때 교환해야 합니다."]

 

타이어 공기압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는데요.

 

여름철엔 높은 기온과 아스팔트 마찰열로 타이어의 수축과 팽창이 잦아 공기압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진우/자동차 정비 전문가 : "타이어 공기압이 적정량보다 많이 들어가게 되면 풍선처럼 타이어 중앙 부분이 올라오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마찰이 정상 수치보다 낮아지고 그것 또한 미끄러질 수 있고, 반대로 공기압이 부족하면 타이어 중간 부분에 빗물이 고여 타이어의 양쪽 면만 사용하게 되고 가운데 물이 고이게 돼요. 그렇게 되면 똑같이 수막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죠."]

 

또, 미끄러운 빗길에서는 앞선 차량이나 사람을 발견해도 급하게 세우거나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2차 사고 위험에도 노출되기 쉬운데요.

 

이 때문에 비가 많이 오는 여름철엔 전조등, 후미등 같은 등화 장치도 미리 점검해 둬야 합니다.

 

[조민호/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 : "운전자의 시야 확보뿐만 아니라 자신의 위치를 다른 운전자에게 알리기 위해 와이퍼와 등화 장치 등을 점검하고, 제동 거리가 길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브레이크 패드와 라이닝 등을 점검하면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됩니다."]

 

빗길 교통사고 예방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감속인데요.

 

속도는 평소보다 20% 넘게 줄이고, 앞차와의 거리도 충분히 둬야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