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켜고 자면 오히려 숙면에 방해

2024.07.23 (14:58)

장마에 무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온도와 습도를 낮추기 위해 오랜 시간 에어컨을 켜놓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이충희/서울 은평구 : "회사에서는 7시간 정도, 집에서도 에어컨을 틀거든요. 그러면 하루에 10시간 정도는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과도한 냉방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는데요.

 

무더운 바깥과 시원한 실내 온도의 차이가 우리 몸의 균형을 무너뜨려 '냉방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콧물과 코막힘, 두통, 피로감 같은 증상에 위장장애도 나타날 수 있는데요.

 

특히, 시원하게 자려고 밤새 에어컨을 켜뒀다간 오히려 숙면을 방해하고 냉방병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잘 때 체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데 에어컨 바람이 체온을 더 떨어뜨리면서 잠을 설치게 되는 건데요.

 

[서민석/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밤에 잠을 잘 때는 신체 활동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체온이 떨어지게 되거든요. 그런데 냉방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해서 체온이 더 떨어지게 되면 우리 몸에서는 ‘체온을 좀 올려야 되겠다.’ 이런 반응이 나타나면서 우리 몸이 깨어나는 신호를 보내는 거죠. 그렇게 되니까 깊은 잠을 못 자게 되고, 자다가 깨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겠죠."]

 

이 때문에 에어컨은 잠들고 나서 한두 시간 뒤 꺼질 수 있게 타이머를 맞춰두는 게 좋습니다.

 

얇은 긴소매 옷 등으로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요.

 

대부분의 냉방병 증상은 냉방기기 사용을 줄이고, 찬바람을 피하면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나아집니다.

 

하지만 잘 낫지 않고, 심하면 폐렴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병이 있는데요.

 

바로 '레지오넬라증'입니다.

 

레지오넬라증은 '레지오넬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인데요.

 

레지오넬라균은 중앙 냉방 장치를 사용하는 대형 빌딩이나 다중 이용 시설의 냉각탑 냉각수 등의 오염된 물에서 서식하다 미세한 물방울을 통해 호흡기로 전파됩니다.

 

감염되면 고열과 기침,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건강한 사람이라면 감기처럼 지나가지만, 면역력이 약하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세균성 폐렴을 일으키기 때문인데요.

 

[서민석/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특히 만성질환, 당뇨, 암 치료 중이거나 50세 이상의 흡연자들은 폐렴이 너무 심하게, 빨리 진행돼 버리면 급격히 저산소증이 생기게 되고, 그 이후로 다발성 장기부전이 생기면서 사망으로 급격하게 진행하는 거죠. 치명률이 보고마다 다르긴 하지만 30%, 높게는 80%까지 사망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에 면역이 좀 떨어진 분들은 조심해야 합니다."]

 

질병관리청의 자료를 보면, 국내 레지오넬라증 환자는 지난 2020년 360여 명에서 지난해엔 470여 명으로 4년 사이 30%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 기간 숨진 사람도 80명을 넘어서는데요.

 

[현정희/질병관리청 감염병관리과 보건연구관 : "쇼핑센터나 대형 건물, 백화점, 의료기관 등의 에어컨은 관리를 잘해줘야 하고요. 호수나 냇가 등 온도가 따뜻하고 이런 곳에는 레지오넬라균이 항상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하지 않았던 급수 시설을 재사용할 때는 냉수, 온수를 충분히 흘려보낸 뒤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특히 7, 8월이 되면 환자가 많이 늘어나는 만큼 이맘때 대형 건물이나 찜질방, 수영장, 야외 분수대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한 뒤 감기 증상이 일주일 넘게 이어진다면 최대한 빨리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