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엔진룸…소화기는 운전자 가까이

2024.08.21 (13:54)

대구 달서구의 한 공원 주차장.

 

흰색 SUV 차량 앞쪽에서 불길이 솟아오릅니다.

 

소방관이 신고 5분 만에 도착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는데요.

 

경찰과 소방 당국은 폭염에 엔진룸이 과열돼 불이 난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경기도의 한 고속도로 터널에서도 달리던 차에서 불이 났는데요.

 

이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세 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운전자는 차 보닛에서 연기가 시작됐다고 진술했는데요.

 

이처럼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엔진 과열로 추정되는 차량 화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의 자료를 보면 엔진룸 화재는 날이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7월부터 늘기 시작해 1년 중 8월에 가장 많았는데요.

 

폭염에 엔진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때 엔진 주변에 가연성 물질이 눌어붙어있거나 냉각 성능이 떨어진다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건데요.

 

[이호근/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 : "여름철은 대기 온도가 워낙 뜨겁다 보니까 엔진룸 내부 온도가 높게 올라갈 수 있고요. (차가) 달리는 상황에서도 잘 식지 않습니다. 그래서 각종 오일류가 누유되거나, 워셔액에도 에탄올이 들어가 있어요. 그런 것들이 조금씩 샜을 때 증발하기 좋은 조건이 되거든요. 그런 것들이 화염원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엔진룸의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측정해 봤습니다.

 

먼저, 야외에 10분가량 서 있던 차의 엔진룸 온도를 재봤는데요.

 

이미 80도를 넘어섰습니다.

 

이 상태로 10분간 주행한 뒤 다시 재봤더니 엔진의 표면온도가 250도에 달했는데요.

 

[박병일/자동차 정비 명장 : "예전처럼 기계로 차를 만들 때는 (엔진룸의 최고 온도가) 100도에서 150도 이하였는데 요즘 자동차들은 보통 200도에서 250도 정도까지 올라가요. ‘배출 가스 저감 장치’의 온도는 정상적일 때는 300도, 심할 때는 900도까지 올라가거든요. 여기에 연료라든가, 이물질이라던가, 오일 등이 닿으면 바로 화재가 날 수 있죠."]

 

이 때문에, 차량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선 엔진룸을 주기적으로 청소해 줘야 합니다.

 

또 운행 전엔 냉각수가 충분한지 연료나 오일이 새는 곳은 없는지 점검해야 하는데요.

 

무엇보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차 안에 소화기를 비치해 둬야 합니다.

 

[이호근/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 : "오는 12월 1일부터 5인승 이상 차량에는 차량용 소화기를 비치하는 게 의무화됐습니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화재와 가정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화염원이나 화재의 종류가 완전히 다르거든요. 차량용 소화기에는 차량용이라는 표시가 따로 돼 있거든요. 그래서 일반 에어로졸이나 분말 소화기, 일반 가정에서 쓰는 걸 (차에) 갖다 놓으면 위법 사항이 됩니다."]

 

그럼, 차량용 소화기는 어디에 두는 게 가장 좋을까.

 

차 안은 공간이 좁은 데다 많은 연료를 싣고 다니는 만큼 한번 불이 나면 이른 시간 안에 크게 번질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트렁크같이 먼 곳보단 운전자의 손이 바로 닿을 수 있는 운전석 옆이나 조수석 아래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차에 소화기를 비치해 뒀더라도 시간이 오래 지났다면 실제로 사용 가능한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박병일/자동차 정비 명장 : "(소화기 내부에) 압력이 있어야죠. 계기판에 녹색으로 표시돼 있거든요. 눈금이 거기 있으면 충분한 압력으로 뿌릴 수 있게, 압력이 형성돼있는 것이고, 또 분말 소화기는요. 이렇게 흔들어보면 (내용물이) 흔들려야 해요. 만약에 흔들었는데 안 움직이면 굳은 거거든요. 그때는 소화기를 교체해야죠."]

 

또, 차 안에 오랜 시간 방치되면 소화기 안의 가루가 뭉쳐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한 달에 한 번씩은 꺼내 흔들어주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