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엔 여전히 더위가 이어지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며 야외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엔 벌의 활동도 한층 활발해져 벌 쏘임 사고 위험도 커지는데요.
지난 10일, 서울 도봉산에서는 벌에 얼굴을 10차례 넘게 쏘인 4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헬기로 이송되는가 하면 하루 뒤인 11일에는 전남 해남에서 밭일을 하던 70대 남성이 벌에 쏘여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습니다.
‘벌 한 마리쯤이야’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간 순식간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건데요.
실제로 질병관리청의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벌 쏘임 사고는 3천6백여 건에 달합니다.
이로 인해 80명이 넘게 입원했고, 13명은 목숨을 잃었는데요.
전체 환자의 70% 이상은 7월에서 9월 사이에 집중됐습니다.
이 시기에는 벌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고, 활동 범위도 넓어지기 때문인데요.
[최문보/경북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 교수 : "(여름철) 온도가 높아지면 벌의 개체 수가 더 많이 태어나거든요. 그래서 8~9월에 벌집 내에 (벌들이) 수백에서 수천 개체에 이르기 때문에 공격하는 벌의 숫자가 더 늘어나다 보니까 더 많은 공격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맘때 야외 활동을 할 땐 벌을 자극할 수 있는 향이 강한 향수나 화장품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또, 달콤한 향에 벌들이 몰릴 수 있는 만큼 음료수나 과일을 먹은 뒤엔 냄새가 나지 않도록 바로 치워야 하는데요.
[최문보/경북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 교수 : "벌들의 먹이 습성이 유충을 위해서는 단백질 사냥을 하고, 그다음에 자기 성충의 먹이는 주로 당분입니다. 발효된 신맛 나는 그런 것들이 이제 말벌들이 좋아하는 먹이들이기 때문에 화장품 냄새라든지 아니면 단 냄새가 난다든지 이런 거는 먹이를 찾으러 다니는 벌한테는 유인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밝은 옷과 모자를 착용하는 것도 벌 쏘임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실험해 보니, 검은색 모자에는 수십 마리가 달려든 반면 밝은색 모자에는 벌들이 거의 반응하지 않았는데요.
곰이나 멧돼지, 오소리처럼 천적의 짙은 털색을 벌이 더 위협적으로 인식해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예방 수칙을 잘 지켰더라도, 만약 벌들이 내 주변을 맴돈다면 머리를 감싸고 천천히 뒤로 물러나 그 자리를 벗어나야 하는데요.
하지만 벌집을 건드려 이미 집단 공격이 시작됐다면, 가능한 한 빨리 그곳을 빠져나오는 게 최선입니다.
[이동석/서울 중부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장 : "실수로 벌집을 건드렸을 경우 그 진동으로 인해서 벌들이 매우 흥분된 상태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성향을 강하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웅크리거나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는 20미터 이상 신속히 뛰어서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조심했어도 벌에 쏘였다면, 즉시 냉찜질을 해주는 게 좋은데요.
이후 호흡이 가빠지거나 입술이 붓고, 온몸에 두드러기나 어지럼증이 나타난다면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의심해야 합니다.
[송형준/이대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일반적으로 벌에 쏘였을 때 그 부위가 붓고 통증이 있고 좀 부어오르는 증상 정도는 응급 증상이 전혀 아니고 단순히 진통제나 얼음찜질 정도만 하셔도 좋아지는데, 벌에 쏘인 이후에 전신 반응으로 붓거나 발진이 생기거나 특히나 어지럼증이 생긴다고 하면 어지럼증은 저혈압과 연관성이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매우 위중한 상황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작은 벌 한 마리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계절. 예방 수칙을 지키고, 증상은 놓치지 않는 게 일상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