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권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추위 속에서도 몸에 밴 절약 습관과 난방비 부담 때문에 난방을 최대한 아끼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은데요.
보일러를 최소한으로만 틀거나 전기장판, 두꺼운 옷 등으로 추위를 버티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만으로는 몸 전체의 체온을 지키기엔 한계가 있는데요.
난방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집 안에서도, 저체온증이나 동상 등의 한랭 질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겨울, 한랭 질환으로 숨진 8명 가운데 3명은 집 안에서 발견됐는데요.
80대가 2명, 60대가 1명으로 모두 고령층이었습니다.
[박종학/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노인분들 같은 경우에는 대사 능력 자체가 노후화의 과정으로 인해서 조금 떨어지시게 되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영양 상태라든지 근육도 나이가 들면 다 빠지게 되니까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졌을 때 바로 (체온을 다시) 올려서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어서 조금 애로사항이 있으십니다. 대부분 요새는 독거, 즉 혼자 계시는 노인분들이 매우 많으십니다. 그래서 (추위에 대한) 관리가 잘 안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특히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의 경우,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움직이지 않으면 몸에서 열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난방에 더 신경 써야 하는데요.
여기에 당뇨나 심혈관질환 같은 기저질환이 있다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체온을 유지하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체온이 떨어져도 몸이 차가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제때 알아차리지 못하는 건데요.
[김원석/의정부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고혈압이라든지 아니면 뇌혈관이나 심혈관질환 같은 것들을 앓고 계신 분들은 체온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혈관이 수축하거든요. 그러면 합병증이 유발되기도 하고요. 또 당뇨병 같은 경우에는 체온을 느끼는 기능 자체가 굉장히 저하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고령층은 짧은 시간의 추위에도 몸의 균형이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말이 평소보다 느려지거나 움직임이 둔해지고, 자꾸 앉거나 눕고 싶어질 수 있는데요.
추위에 대한 반응이 둔해져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등의 전형적인 증상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단순히 기운이 없는 정도로 넘기기 쉽지만, 이런 변화는 저체온증의 초기 신호일 수 있는 만큼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데요.
[김원석/의정부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실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로 굉장히 오랫동안 노출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러면 체온이 서서히 떨어지고 무기력하든지, 피곤함이라든지 이런 것들로 (증상이) 와서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감기 몸살이랑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혼자 사는 어르신은 이런 변화를 곁에서 알아봐 줄 사람이 없어 위험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평소, 집 안 환경과 생활 습관을 미리 점검해 두는 게 중요한데요.
실내 온도는 최소 18도, 가능하면 20도 전후로 유지하고 문풍지와 커튼 등으로 열 손실을 줄이는 게 좋습니다.
보일러는 짧게라도 규칙적으로 가동하는 게 안전한데요.
추위를 이기려고 술을 마시거나 땀이 날 정도로 과한 운동을 하는 건 오히려 체온을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박종학/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한파 예보가 있다든지 날씨가 추워질 때는 우선 적절한 난방을 해주시는 게 좀 필요하고요. 내복, 수면 양말 이런 것들을 통해서 (잘 챙겨) 입고, 체온이 떨어지는 걸 막아주시는 게 필요합니다."]
난방비를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특히 고령층에게 따뜻한 집은 사치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데요.
집 안이라고 방심하지 말고 몸이 보내는 작은 변화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