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이제 여름 더위는 물러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도 한낮에는 여전히 덥고 높은 습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런 날씨에 자칫 방심하기 쉬운 게 바로 ‘음식 보관’입니다.
먹다 남은 음식이나 배달 음식 등을 식탁 위에 그대로 두거나, 이미 만들어둔 음식도 "한 김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야지" 하며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하지만 지난해 식중독 발생 현황을 보면 한여름인 7월보다 늦더위가 이어지는 이맘때 환자가 더 많았습니다.
[김형숙/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대부분 식중독은 여름에 많이 일어나는 질병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는데요. 날씨가 선선해졌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을 봤을 때는 20도가 계속 넘고 있죠. 세균이 가장 좋아하는 온도는 섭씨 5도에서 60도이고요. 이 구간을 전문가들은 '위험 온도대'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음식물을 베란다에 보관하신다든지 집안의 서늘한 곳에 보관하셨을 때도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어서 매우 조심하셔야 합니다."]
냉장 보관을 한 음식이라도 식중독 위험에서 벗어날 순 없는데요.
남은 반찬이나 국, 찌개 등을 꺼내 먹고 다시 넣는 과정을 반복하면 음식이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는 데다 교차 오염의 위험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김형숙/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우리가 국을 뜨는 국자, 숟가락, 젓가락 여기에 있던 세균들도 식중독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냉장고에 있던 음식을 팔팔 끓여서 먹었을 때는 식중독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식중독은 세균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균에 의해서 나온 독성 물질에 의해서도 발생이 될 수가 있어요. 이 독소는 100도씨(섭씨 100도)에서 30분 이상 끓였어도 없어지질 않아요. 따라서 냉장고에 있는 음식은 3~4일 이내에 다 드시는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냄새나 색깔만으로 음식의 안전 여부를 판단해서도 안 되는데요.
식중독균이나 독소 중에는 음식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 않아 오염 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한정아/식품의약품안전처 식중독예방과 연구관 : "살모넬라와 같은 식중독균은 식품의 외형이나 냄새에 큰 변화가 없어도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고요.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경우는 독소를 생성하는데, 열에 강해서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오염되지 않도록 개인위생 관리 등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특히 어르신들은 식중독에 더 주의해야 하는데요.
구토나 설사가 몇 차례만 반복돼도 탈수가 빠르게 진행되고, 기력이 떨어지거나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등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습니다.
평소 앓고 있는 질환이 있다면 위험성은 더 커지는데요.
[태정현/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서는 가뜩이나 체내에 갖고 있는 수분량이 적다 보니까 몇 차례의 구토나 설사만으로도 심한 탈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뇨 환자분들은 탈수 상태가 되면 혈액에서 수분이 빠지면서 고혈당 쇼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장 질환이나 고혈압이 있는 분들도 마찬가지인데요. 고혈압으로 이뇨제를 많이 쓰고 있는데 탈수가 겹치게 되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쇼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늦더위 속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지금 바로, 냉장고 속 음식부터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 보관했거나 보관 상태가 의심되는 음식은 아깝더라도 먹지 않는 것이 좋은데요.
또, 냉장고를 지나치게 채우면 냉기가 고르게 전달되기 어려운 만큼 적정량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날씨가 선선해졌다고 식중독에 대한 경계심까지 느슨해져선 안 되는데요.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방심하기 쉬운 만큼 평소 음식 보관 습관을 한 번 더 점검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