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피난시설은 어디에?

2021.05.11 (11:29)

검은 연기가 건물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고 1층 주차장 입구에선 시뻘건 불길이 솟아오릅니다.

 

지난달 10일 경기도 남양주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인데요.

 

다음 날인 11일엔 강원도 춘천에서, 또 나흘 후엔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에서도 불이 났습니다.

 

이처럼 공동주택에서의 화재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올해 들어서만도 벌써 900건의 화재로 12명이 목숨을 잃고, 150여명이 다쳤습니다.

 

[한종해/서울시 영등포구 : "일단은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되게 무서울 것 같은데요. 계단을 이용해서 가야 되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가야 되나"]

 

최근 5년간 공동주택 화재에서 사망한 피해자들의 행동을 분석해보니 불이 났을 때 밖으로 대피하기 위해 무작정 문을 열었다가 화재를 키우고 짙은 연기 속에서 밝은 곳을 찾다가 창문에서 추락하는 등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현주/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재난원인조사실 실장 : "화재는 평소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데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익혀둘 필요가 있습니다. 평소에 피난 동선과 피난 시설에 대한 이용방법을 잘 알아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사는 아파트에 불이 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불이 어디서 났는지 상황을 파악한 뒤 밖으로 나갈지, 집 안에서 구조를 요청할지 결정합니다.

 

대피할 땐 엘리베이터는 절대 이용하지 말고 계단을 통해 이동해야 하는데요.

 

이때 손수건이나 옷 등을 이용해 코와 입을 막고 유독가스보다 아래쪽에 있는 깨끗한 공기층을 찾아 몸을 낮춘 상태로 이동해야 합니다.

 

집 밖으로 대피가 어려울 땐 집 안의 대피시설을 활용해야 하는데요.

 

1992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라면 경량 칸막이, 대피 공간, 하향식 피난구 중 하나가 설치돼 있는 만큼 평소 이용법을 잘 익혀둬야 합니다.

 

화재가 났을 경우를 가정해 한 공공아파트의 경량칸막이를 직접 뚫어봤습니다.

 

성인 남성의 경우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요.

 

어린이나 노약자들도 별다른 도구 없이 칸막이를 쉽게 부수고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발코니에 있는 대피공간의 경우 보통 작은 창고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열과 연기를 동시에 차단할 수 있어 1시간가량 구조 시간을 벌 수 있는 곳입니다.

 

불이 났을 때 아랫집으로 대피할 수 있는 하향식 피난구도 있습니다.

 

발코니 바닥에 설치된 임시 사다리를 내려 아래층으로 탈출할 수 있는 장치인데요.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생각보다 빠르게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허주웅/일산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위 : "아파트는 대피로가 현관 출입문 한곳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그곳으로 대피할 수 없다면 정말 큰 위험에 처하게 될 텐데요. 이때 필요한 것이 경량 칸막이와 대피공간이 되겠습니다. 평상시에 이곳을 잘 정리해서 위급 상황 시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늘고 있는 초고층 아파트에는 별도의 화재 대피 공간이 있습니다.

 

50층이 넘는 경우 법으로 무조건 설치하게 돼있는 ‘피난안전구역’인데요.

 

평소 아파트 입구 혹은 엘리베이터에서 피난안전구역의 위치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층 전체가 불에 잘 타지 않는 자재로 되어 있고 위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비상 조명등과 방독면, 인공호흡기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공하성/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피난안전구역이 있는지, 몇 층에 있는지 그 부분도 잘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저층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고층에 사는 사람들이 1층으로 대피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옥상으로 대피를 해서 구조를 기다리는 방법이 좋은 방법입니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