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이 휩쓸고 간 부산의 한 아파트.
방바닥은 물론 벽면도 온통 시커멓게 탔습니다.
이 불로 4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주민 90여 명이 긴급 대피했는데요.
사고 당시 거실에 켜둔 전기장판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이 밖에도 지난 1월엔 충남 천안의 한 공동주택에서, 2월엔 서울 중곡동의 다세대 주택에서도 화재가 있었는데요.
모두 전기장판에서 시작된 불이었습니다.
[이재훈/국립소방연구원
화재안전연구실 공업연구사 : "추운 겨울철이 다가오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게 전기장판인데요. 전기장판은 인체와 밀접하게 접촉하여 사용하는 전열 기기임에 따라 화재 또는 화상의 위험성이 높은 전기 제품입니다. 따라서 더욱더 주의를 기울여 사용해야 합니다."]
최근 10년간 전기장판으로 발생한 화재는 모두 2천400여 건.
이로 인해 47명이 숨지고 260여
명이 다쳤는데요.
특히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11월은 보관해둔 전기장판을 오랜만에
꺼내 다시 사용하는 시기로 관련 화재 역시 급증하기 시작합니다.
전기장판 화재의 절반 이상은 전선의 접촉 불량 등 전기적인 이유가 많은데요.
보관과 사용이 올바로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 불이 날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전기장판은 계절적으로 사용을 하다 보니까 사용하지 않는 계절에는 접어서
보관하는 분들이 있고요. 그래서 이불장이나 이런 곳에다 넣어 놓게 되면 그 무게에 의해서 접힌 부분이
꺾이고 그래서 열선 파손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걸 다시 꺼내서 사용하다 보면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전기장판의 끊어진 열선이 어떻게 화재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실험 영상인데요.
피복이 벗겨진 전기장판에 전원을 연결하자 순식간에 미세한 불꽃이 튀고, 열선이
장판에 눌어붙습니다.
이 불꽃이 장판 내부에 있는 천을 타고 순식간에 번져 나가는 건데요.
이불 등에 옮겨붙으면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기장판,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관해 둔 전기장판을 다시 사용할 땐 작동에 이상은 없는지 꼭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전기를 연결해 최소 30분 정도 사용해 보는 건데요.
이때 연기가 나거나 냄새가 난다면 바로 사용을 중단해야 합니다.
평소 사용할 때도 내부 열선이 망가지지 않게 신경 써야 하는데요.
무거운 물건에 눌려 열선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보관할 땐 둥글게
돌돌 말아두는 게 좋습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전기장판이 고장 난 거에 대해서는 육안으로 확인하는 정도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사실은 이제 정확하게 어디가 망가졌다, 끊어졌다 이런 것들은 알 수가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과감하게 어느 정도 사용을 하다가 교체를 해야 될 거고요. 화재를
대비해서 아무래도 KC마크(안전인증)를 받은 제품들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고요."]
전기장판을 사용할 때 또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저온 화상'입니다.
전기장판의 경우 피부에 닿아도 뜨겁게 느껴지지 않아 장시간 사용하다 잠이 들기 쉬운데요.
이때 저온 화상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전기장판을 사용하다 화상을
입은 사례는 900여 건에 이르는데요.
실제로 잠을 자면서 화상을 입는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허준/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교수 : "사람들은 대개 1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다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의학적 데이터를 보면 48도에서
5분 동안 대고 있어도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저온 화상이라는 건 사실은 40~50도 사이에서 장시간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화상을 이야기하는 건데요. 그런데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심부 조직까지 다치기 때문에 화상의 깊이가 깊어서 근육까지 다치고 굉장히 심각한, 소위
말하는 4도 화상까지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온 화상을 예방하려면 전기장판 위에 얇은 이불을 깔거나 긴소매 옷을 입어 열기가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 전기장판 온도를 너무 높인 채 잠이 들지 않도록 하고, 뜨겁다고 느껴질 때는 바로 사용을 중지하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