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 농촌에선 논밭 태우기가 시작됩니다.
수확 후 남은 쓰레기나 잡풀은 태워서 재를 거름으로 쓰고 해충도 없앤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이필주/경기도 가평군 : "(부산물을) 보관할 장소도 없고 그걸 보관하기도 어렵고 해서 그냥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좀 위험하지만 소각을 하는 거죠."]
하지만 논밭을 태워 얻는 이득보단 잃는 게 훨씬 더 많습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에서 논밭을 태운 뒤 사라진 곤충을 살펴보니 해충은 11%에 불과한 반면 거미 같은 천적은 89%로 8배나 더 많았는데요.
해충보단 농사에 이로운 곤충이 훨씬 더 많이 죽는 겁니다.
[김광호/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 "논밭 소각행위가 해충의 밀도는 10~15% 정도 감소시키는 반면에 거미, 기생벌 등의 천적과 톡토기 등 유기물 분해 후 자원 순환에 큰 기여를 하는 익충은 85~90% 정도를 더 죽이게 됩니다. 실제로 익충은 지표면에서 생활하고, 해충은 월동할 때 천적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땅속에 들어가서 서식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각을 해도 (해충은) 죽지 않습니다."]
농민들이 관행처럼 논밭을 태우는 또 다른 이유는 농사를 지은 뒤 나오는 부산물들을 태워 없애기 위해서인데요.
부산물과 쓰레기를 치우려면 돈이 들고 번거롭다 보니 습관적으로 불을 놓는 겁니다.
[이필주/경기도 가평군 : "잔가지라든가 또한 밭에서 들깨, 참깨, 옥수수 등을 수확 후 나오는 부산물을 수거해 가는 것도 없지만, 또 설령 수거해 간다 하더라도 일단 돈이 들어가고 또 시간이 들기 때문에..."]
이처럼 농민들의 논밭 태우기가 계속되면서 각종 화재나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임야 화재는 13,800여 건.
이 가운데 55.2%는 영농철을 앞둔 2월과 4월 사이 집중됐는데요.
대부분 부주의에 의한 화재로 농업 폐기물이나 쓰레기, 논밭을 태우다 발생했습니다.
특히 논밭을 태우는 사람 대부분은 고령의 노인인 경우가 많아 불이 나면 혼자 끄려다 인명피해로 이어지는데요.
실제로 인명피해를 입은 10명 가운데 9명은 50세 이상이고 사망자의 80% 가까이는 70세 이상 노인입니다.
[황길석/경북소방본부 대응예방과 팀장 : "논밭을 태우다 난 화재 피해자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고령자로 긴급 대처 상황 능력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 직접 불을 끄려다 불길이 거세지고, 맞바람을 맞으면서 옷에 불이 붙어 화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직접 불을 끄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므로 임야 주변에서 불을 내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건조한 날씨에 논밭을 태우다 산불로 번지는 경우도 많은데요.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불 가운데 30% 가까이는 논밭이나 쓰레기를 태우다 발생했습니다.
해마다 130여건에 달하는 수치인데요.
이 때문에 논밭 주변에서 불을 피우려면 미리 해당관청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또 논밭에 불을 놓았다가 산불로 이어지면 최고 징역형의 처벌까지 받을 수도 있는데요.
[황길석/경북소방본부 대응예방과 팀장 : "산림보호법을 보면 산림보호구역에서 불을 낸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년 이하의 징역, 타인의 산림을 태운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습니다. 영농 부산물 등을 산림 인접지에서 소각하는 행위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처럼 별 효과는 없고 피해만 키우는 논밭 태우기를 막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파쇄기를 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 해 농사를 앞둔 과수원인데요.
가지치기한 나뭇가지들을 파쇄기로 잘게 부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잘게 잘린 나뭇가지를 과수원 바닥에 뿌려주면 천연 비료가 돼 나무와 열매가 자라는 데도 도움이 되는데요.
이처럼 파쇄 작업을 희망하는 농민들은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해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