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사고 현실적 대책은?

2022.03.08 (10:26)

부산의 한 전통시장. 승용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옵니다.

 

지나가는 사람과 주차된 차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돌진하는데요.

 

시장 골목을 지나던 60대 여성과 손녀가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검은 승용차 한 대가 갑자기 속도를 내더니 공원 정문으로 돌진합니다.

 

사고 충격으로 나무 기둥과 지붕이 순식간에 무너지는데요.

 

각각 80,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었습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운전면허 소지자 가운데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의 고령 운전자 비중 역시 10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 17%를 넘어섰는데요.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의 교통사고가 12% 정도 줄어든 것과 비교되는 수치입니다.

 

[조준한/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국내 고령 인구가 확연하게 늘어난 것도 있고요. 사회 활동을 하는 65세에서 70세 인구가 증가한 부분이 큰 틀에서 고령 인구의 교통사고 증가에 대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고를 낸 고령 운전자 역시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240.

 

그 가운데 20% 49명은 고령 운전자 본인이었습니다.

 

[김광일/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시력이나 청력 등이 젊었을 때보다 떨어지다 보니까 아무래도 외부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요. 특히 익숙한 곳에서 낮에 운전할 때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낯선 곳에 간다거나 아니면 밤에, 또는 흐린 날 운전을 하게 되면 외부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고령 운전자 사고를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검토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개인별로 신체 조건이나 상황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유한석/서울시 마포구 : "나이 들어서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다 100%가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 나이가 들어도 운전을 충분히 할 수가 있는데..."]

 

그래서지자체들은 고령자들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제도를 도입했었는데요.

 

면허를 반납하면 1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나 지역 상품권을 주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은데요.

 

지난 2020 65세 이상 운전면허증 소지자 가운데 면허를 반납한 사람은 100명 가운데 3명도 되지 않습니다.

 

대중교통망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 운전면허를 반납한 고령자들이 이동권에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되는 것도 운전면허 반납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인데요.

 

[김필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운전면허 자진 반납 같은 경우 초기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효과가 컸지만 보상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10만 원 정도의 교통카드 등을 주고 그걸로 끝나게 되면 고령자 입장에서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 도심지에 비해서 읍면동같이 시골 같은 경우에는 아프다든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서 읍내로 나올 때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차와 운전면허를 유지한다는 거죠."]

 

고령층의 면허 반납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촘촘한 교통망과 꾸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공공형 택시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는데요.

 

이용료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00원 택시로 불리며 지역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 생계를 위해 운전을 해야 하는 고령자도 있는 만큼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자동차 기술과 함께 고령자의 운전 기준을 다시 검토하는 것도 필요한데요.

 

[김필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적성 검사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치매 등 인지검사 기준을 강화하는 것, 또 실질적으로 일부 주간 시간대에만 운전하게 하는 방법이라든지,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서 제동과 핸들을 자동으로 조절해 미연에 사고를 방지해 주는 이런 여러 가지 방법이 한꺼번에 병행이 돼야 실질적으로 고령자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운전자 고령화.

 

노인들은 되도록 대중교통으로 유도하고 안전운전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대책과 장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